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거리] 임진강 흐르고 흘러

등록 2022-02-18 04:59수정 2022-02-18 09:26

[한겨레BOOK]
지난 1월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얼어붙은 임진강 너머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마을 모습이 보이고 있다. 파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월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얼어붙은 임진강 너머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마을 모습이 보이고 있다. 파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늦은 밤, 아내도 아이도 모두 잠든 시간, 오디오에서 소곤소곤 흘러나오는 음악, 가끔은 위스키나 포도주를 홀짝이기도 맥주를 마시기도 하면서, 책에 밑줄을 치고 표시를 하고 가끔 기사 문장이 떠오르면 끄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다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200여쪽 두껍지 않은 책을 들고 방심했습니다. 책 분량이 곧 책 읽는 시간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한 문장을 읽다가 멈춰 생각에 빠져들고, 자료를 찾아보고, 검색을 합니다. 600년의 기나긴 시간을 책 몇 쪽에 담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인 만큼, 그 시간을 쫓아 읽어내려가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분단의 과정을 읽으며 노래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일본 영화 <박치기>(2004)에서 처음 들은 ‘임진강’. 이 영화의 원작은 마츠야마 다케시의 자전적 소설 <소년 M의 임진강>입니다. ‘임진강’이 북한 노래였다는 것은, 이후 국악인 김용우가 부른 것을 들을 때쯤 알게 됩니다. 이번에는 양희은의 목소리로 ‘임진강’을 듣습니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영화 속 일본에서도, 과거 한국에서처럼, ‘임진강’은 금지곡입니다.

이제는 ‘임진강’을 마음껏 부르고 들어도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느린 걸음일지언정 앞으로 앞으로 걸어온 셈입니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사람은 오가지 못하지만, 뭇새도 날고 강물도 흘러 흘러 넘나드는 것처럼, 앞으로도,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때로 역류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래도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1.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헌법소원…“끝까지 갈 것”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2.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3.

경주 신라 왕궁 핵심은 ‘월성’ 아닌 ‘월지’에 있었다

상처투성이 고흐, 우린 왜 열광하나 [.txt] 4.

상처투성이 고흐, 우린 왜 열광하나 [.txt]

2차 대전 직후에 또다른 잔혹극이 시작됐다 [.txt] 5.

2차 대전 직후에 또다른 잔혹극이 시작됐다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