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l 글항아리 l 1만6000원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주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일본 전직 외교관이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간 갈등의 뿌리를 일단이나마 엿볼 수 있다. 책은 기원전 우크라이나 땅에 최초로 살았던 키메리아인과 스키타이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1991년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의 유서 깊으면서도 전쟁과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를 통사적으로 기술한다. 역시 눈길이 가장 가는 대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에 끈질기게 이어진 대립과 반목의 역사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10~12세기 유럽의 대국으로 군림했던 키예프 루스 공국을 잇는 정통 후계자라고 주장하지만, 그 수도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에 있었다. 하지만 몽골의 침략 등으로 키예프는 쇠퇴했고 그 당시만 해도 변방이었던 모스크바가 대두해 슬라브의 중심이 옮겨가게 된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지배를 거쳐 18세기 러시아에 병합된다. 20세기 들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정권이 수립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는 끊임없이 독립을 시도하지만 강대국들의 침략으로 거듭 좌절한다. 결국 1922년 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의 하나가 돼 이후 약 70년 동안 존속하게 된다. 1930년대에는 스탈린의 농업 집단화 정책 등으로 대기근이 발생해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1991년 8월24일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선언하고 독자 정부를 수립한다.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당하는 시기에도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 관습을 키워나갔고, 러시아에 병합된 이후에도 러시아 역사 속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지은이의 해석이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 첫째는 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세계 흑토지대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덕에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이고, 면적은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다. 두번째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이다. 지은이는 우크라이나는 서유럽 세계와 러시아, 그리고 아시아를 잇는 통로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향방에 따라 동서의 힘의 균형이 달라졌다며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유지하고 안정되는 것은 유럽,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서가 2002년에 출간된 탓에 서술이 우크라이나 독립에서 그쳐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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