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기
권일용·고나무 지음, 심래정 그림 l 알마(2018)
화제의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파트1을 마무리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 10.6%를 기록하면서 공중파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인기를 누렸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파트2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했던 시절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수사극이다. 최근 들어 코믹한 연기에 물이 오른 배우 김남길(송하영 역)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깊은 눈빛과 알 수 없는 표정의 차분한 프로파일러 연기로 몰입감을 높였다. 대다수의 형사가 강압과 자백으로 일관하는 주먹구구식 수사 방식을 고집할 때, 송하영, 국영수(진선규 분), 윤태구(김소진 분)와 같은 드라마 주인공들은 범죄행동분석의 필요성을 깨닫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편견과 맞선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으로 끔찍한 연쇄살인의 실마리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왠지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을 검색하고 나서야 표지가 아주 인상 깊었던 같은 제목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2018년 8월에 출간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알마)은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 수사 전문가 권일용 동국대 교수가 소개하는 실제 사건 기록 일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와 범인의 검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언젠가부터 ‘프로파일러’라는 이름을 달고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이들의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지며, 흩어진 데이터 조각을 모아 사건을 분석하는 장면과 범죄자와의 치열한 심리 대결이 마치 추리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고나무 작가는 기자 출신답게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 책은 현재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역주행 중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범죄 관련 프로그램들이 주목받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당신이 혹하는 사이’(당혹사),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알쓸범잡) 등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됐던 흉악 범죄나 사건들을 재조명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범죄 수사나 범죄 심리에 관한 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수정·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별별 범죄 이야기>, , <누가 진짜 범인인가>,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등은 대부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자가 쓴 책들이다.
연쇄살인, 존속 살인, 청부 살인, 묻지마 살인, 데이트 폭력, 사이버 성범죄, 증오 범죄 등,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 소식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언제 이렇게 흉측해졌는가 싶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악마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나타난다. 세상은 악해졌고 사람들은 악을 궁금해하며 악을 다룬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드라마와 책의 인기는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