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맞이한 고 장춘익 교수 추념
2권짜리 저작집 간행 및 학술대회
진보적 실천 전제로 비판이론 모색
생활세계 속 실천적 합리성에 주목
2권짜리 저작집 간행 및 학술대회
진보적 실천 전제로 비판이론 모색
생활세계 속 실천적 합리성에 주목

왼쪽부터 독일 출신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독일 출신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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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과 계몽: 모더니티의 미래
장춘익 지음 l 21세기북스 l 각 권 3만8000원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장춘익(1959~2021)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독일 근현대 사상을 두루 공부하며 실천과 맞닿을 수 있는 근대 사회에 대한 이론을 깊이 탐색해온 학자다. 20세기 독일 사회이론의 두 거장으론 단연 위르겐 하버마스(92)와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꼽히는데, 장춘익의 업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혼자 힘으로 이 두 학자의 주저를 모두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그가 번역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나남, 2006년), 루만의 <사회의 사회>(새물결, 2012년)는 두 대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등 국내 학계의 튼튼한 토대가 됐다. 1주기를 맞아 장춘익이 썼던 글들을 모은 ‘장춘익의 사회철학’ 두 권이 출간됐다. 단독 저작을 낸 적이 없었기에, 이 책들은 장춘익이 추구했던 사회철학의 지향과 배경, 연구의 궤적 등을 접할 수 있는 주된 통로가 될 전망이다. 1권 <비판과 체계>는 장춘익이 하버마스와 루만, 칸트, 헤겔, 마르크스, 지멜 등 독일 사회철학을 대표하는 주된 사상가들을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권 <근대성과 계몽>은 근대성과 합리성, 생태, 폭력, 계몽, 평등, 복지 등 개별 주제들을 중심으로 쓴 글들을 모아 담았다. 간행위원회는 장춘익이 “여러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유를 쉬운 우리말로 소개할 뿐 아니라, ‘비판과 체계’로 압축될 수 있는 복합적인 사회철학적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간행위원회는 11일 ‘사회와철학연구회’와 함께 ‘사회철학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도 열었다. 두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장춘익의 발자취는 진보적인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이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국외 이론들을 탐색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던 우리 학자의 노력을 보여준다. 그는 기본적으로 하버마스를 연구의 중심에 두었고, 1990년대 중반 하버마스에 대한 국내 학계의 유례없는 관심이 폭발했을 때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 배경에는 퇴조하던 마르크스주의의 공백을 메워줄 이론적 대안으로서의 기대가 있었다. 장춘익의 경우,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경험적 분석(학문성)과 비판적 관점 사이의 상호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버마스를 “가장 존중할 만한 이론”으로 선택했다. 다만 하버마스가 “비판의 기준이 되는 규범의 정당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진보적 실천으로 향하는 동기를 활성화하는 문제는 공백으로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하버마스의 사회이론은 합리성에 기반해 근대 사회를 설명해내고 여기에 언어적 의사소통 개념으로 비판적인 문제 설정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상 실천과 관련한 영역에서는 보완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어떤 규범의 합리성에 대한 인식이 곧 그 규범을 매개로 하는 연대성을 창출하며 사회적 실천으로 이끌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고 장춘익 한림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 장춘익은 하버마스, 루만 등 독일 근현대 사상으로부터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이론을 두루 탐색했다. ⓒ신혜선, 탁선미 한양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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