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l 열림원 l 1만7000원
사랑. 나태주 시인과 비티에스(BTS)를 함께 이야기하려면 사랑부터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런 거 말고.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이돌이라는 당연한 이야기 말고, 그 시와 노래에 깃든 사랑.
꽃과 사랑을 주로 노래하는 나태주 시는 꾸밈없는 형식에 소화하기 쉬운 내용이 특징이다. 그의 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시는 사랑하는 삶의 부스러기일 뿐. 사랑하는 삶만이 진정한 삶.’ 시인이 시는 낮추고 사랑을 높인다. 그러니 읽는 이가 편안하다.
그런 그가 비티에스의 노랫말에 감탄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비티에스 역시 이 ‘국민 시인’처럼 자신들의 메시지를 삶보다, 타인보다 높이 두지 않음으로써 전 세계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이 비티에스가 지은 노랫말을 읽고 단상을 덧붙인 ‘노래산문집’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펴냈다. 대표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유포리아’(Euphoria), ‘봄날’ 등을 포함해 35편을 뽑았다.
노랫말을 관통하는 “생각의 수평”부터 읽어내는 시인.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표현한 곡(‘에필로그 : 영 포에버’)과 20대 취업준비생의 불안과 꿈을 노래한 곡(‘투모로’)을 읽는다. 핵심으로 바로 들어간다. “나는 너다. 너와 내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 같은 것.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많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삶의 태도요, 에너지 그 자체”라고 말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빅히트뮤직 제공=연합뉴스
‘내일’을 뜻하는 ‘투모로’를 들으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이름의 꽃을 알게 되는 화사한 경험도 참 나태주 시인답다. 같은 나무에 피어 있는 꽃들의 색깔이 다른 식물이다. “어제 핀 꽃은 연보라색인데 오늘 핀 꽃은 보라, 그리고 이틀이 지난 꽃은 흰색.”
“어제는 흘러간 오늘이고 내일은 오지 않은 오늘”이라면, 어제-오늘-내일은 이 식물처럼 한 몸일 수 있다. “내일이라는 또 다른 오늘을 믿고 오늘의 실패와 고통까지 인내”하는 청년들이 비티에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이 재능을 과시보다 “위로”하는 데 쓰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절감한다.
꽃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The Yesterday Today and Tomorrow).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로 노래하는 그들. “눈부신 한국어 미학”이 담긴 곡으로 시인은 ‘트리비아 승 : 러브’(Trivia 承 : Love)를 꼽는다. 사람-사랑-바람-파랑-자랑이란 단어들이 반복되며 노랫말에 유연한 운율을 가꾸는 동안, 촉각과 시각이 동시에 확장된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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