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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탄가루 범벅의 찬밥 한술을 모른다면 누구도 구원하지 못한다

등록 2022-01-07 05:00수정 2022-01-07 12:21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교회”라고 믿은 목사 조지송 평전
탄광촌 일한 뒤 군부독재 시절 ‘산업선교’의 길 열어
1976년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관을 배경으로 함께한 선교회 활동가들과 여성노동자들. 맨왼쪽 조지송 목사, 뒷줄 스티븐 라벤더 선교사, 맨오른쪽 인명진 목사.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제공
1976년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관을 배경으로 함께한 선교회 활동가들과 여성노동자들. 맨왼쪽 조지송 목사, 뒷줄 스티븐 라벤더 선교사, 맨오른쪽 인명진 목사.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제공

조지송 평전
산업선교의 선구자, 노동자들의 벗 - 조지송 목사의 삶과 사랑
영등포산업선교회 기획, 서덕석 지음 l 서해문집 l 1만8000원

“천국이 있냐고 여쭈었더니, ‘천국이 있다면 목사님들이 빨리 죽어 그 좋은 천국 가야지, 왜 병원으로 가겠느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국 같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송효순, 1970년대 대일화학 노동자)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교회라고 믿은 목사가 있었다. 3년 전 하늘로 돌아간 ‘산업선교’의 선구자 조지송 목사다. 1970~80년대 군부 독재 시절, 그는 척박한 노동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인권과 민주주의가 낮은 숨을 몰아 쉴 공간을 열어냈다. 노동자를 예수처럼 섬긴 신앙의 힘이 원동력이었다.

조지송 목사는 노동자 전도 교육의 일환으로 강원도 삼척의 탄광촌 막장에서 일한 뒤 산업선교의 길로 접어들었다. “눈물과 탄가루로 범벅이 된 찬밥을 반찬도 없이 소금을 뿌려 입속에 떠 넣으며, 교회가 이 비참한 삶을 모른다면 한 사람의 광부도 구원할 수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최초의 산업전도 목사로 안수 받아 영등포산업선교회 초대 총무를 맡은 뒤로도 그에게는 늘 노동자가 예수였다. 그는 “예수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노동자들이 목사인 자신보다 더 예수처럼 행동한다”며, 예수를 사랑하듯 노동자를 사랑하고 마침내 직접 노동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산업선교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고갱이는 그에 대한 노동자의 기억들이다. 원풍모방·남영나이론·대일화학…. 노동운동사 한쪽에 기록된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영등포에서 만난 조지송 목사를 따뜻한 아버지, 평생의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다. 생전 자신을 내세운 바 없기에, 신앙의 본질에 맞닿은 그의 삶이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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