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서사에서 땅은 어떻게 상상되었는가
류저우하우 지음, 권루시안 옮김 l 국립아시아문화전당 l 1만4000원 만주 지역은 식민에서 냉전으로 이어지는 20세기의 대표적인 ‘경계지’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1925), 리훼이잉(李輝英)의 소설 <완바오산>(1933) 등은 정착을 위해 땅에 기대는 인간의 욕구와 정치적 현실이 부딪칠 때 폭발하는 폭력과 비극을 담은 문학 작품들로 꼽힌다. <경계지의 중국인>의 지은이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문학비평가 류저우하우는 이 두 작품 위에 하진(哈金)의 소설 <전쟁 쓰레기>(2004)에 대한 비평을 얹는다. <전쟁 쓰레기>는 한국전쟁 때 ‘중국인민지원군’으로 만주를 통해 압록강이라는 접경을 넘었다가 거제도에 세워진 포로수용소라는 또 다른 접경에 놓인 화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중국인 포로들은 냉전 논리에 따라 중국과 대만 가운데 “장차 충성의 대상이 될 상상의 국가가 어디인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지은이는 이 소설들을 횡단하며, “정치적 국가라는 깔끔한 범주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국민국가 간의 영토 분쟁에서 균열의 틈바구니로 떨어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증언을 읽어낸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 중국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제도 포로 수용소의 모습. 포로들이 ‘친공’과 ‘반공’으로 나뉘어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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