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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경계를 넘어 ‘교차하는 아시아’를 보려는 시도

등록 2021-12-31 05:00수정 2021-12-31 11:41

경계지의 중국인
냉전 시대 서사에서 땅은 어떻게 상상되었는가
류저우하우 지음, 권루시안 옮김 l 국립아시아문화전당 l 1만4000원

만주 지역은 식민에서 냉전으로 이어지는 20세기의 대표적인 ‘경계지’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1925), 리훼이잉(李輝英)의 소설 <완바오산>(1933) 등은 정착을 위해 땅에 기대는 인간의 욕구와 정치적 현실이 부딪칠 때 폭발하는 폭력과 비극을 담은 문학 작품들로 꼽힌다. <경계지의 중국인>의 지은이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문학비평가 류저우하우는 이 두 작품 위에 하진(哈金)의 소설 <전쟁 쓰레기>(2004)에 대한 비평을 얹는다. <전쟁 쓰레기>는 한국전쟁 때 ‘중국인민지원군’으로 만주를 통해 압록강이라는 접경을 넘었다가 거제도에 세워진 포로수용소라는 또 다른 접경에 놓인 화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중국인 포로들은 냉전 논리에 따라 중국과 대만 가운데 “장차 충성의 대상이 될 상상의 국가가 어디인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지은이는 이 소설들을 횡단하며, “정치적 국가라는 깔끔한 범주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국민국가 간의 영토 분쟁에서 균열의 틈바구니로 떨어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증언을 읽어낸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 중국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제도 포로 수용소의 모습. 포로들이 ‘친공’과 ‘반공’으로 나뉘어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때 북한군, 중국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제도 포로 수용소의 모습. 포로들이 ‘친공’과 ‘반공’으로 나뉘어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경계지의 중국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운영하는 방문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외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아서 펴내는 ‘교차하는 아시아’ 총서의 여섯번째 책이다. 소수민족 ‘하카’의 노래가 대만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뤄쓰룽(羅思容)에 의해 변주된 맥락을 짚은 <사유하는 목소리, 하카 음악의 여성성>(뤄아이메이 지음), 인도 마오쩌둥주의 운동 조직 속 ‘어린이 동지’의 생활을 탐구한 <어린이 동지>(조지 커너스 지음)가 이번에 함께 나왔다. 각각 하카 음악의 여성성에 내재한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전복적으로 구현한 시도로부터 여성적 주체의 전략을 읽어낸 연구, 장시간의 참여관찰을 통해 ‘아동병사’라는 일면적 관점에서 벗어나 빈곤한 토착민 지역 어린이들을 둘러싼 사회적·환경적 요인을 폭넓게 분석한 연구다. 연구 주제와 접근 방식에서, 모두 “아시아라는 공통의 지정학적 범주 아래 복잡하고 이질적인 문화 해석을 선보인다”는 이 시리즈의 취지에 값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탐구하는 ‘아시아플러스’ 시리즈도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성 문화를 살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조윤미 지음), 말레이 세계의 정화 숭배 현상을 다룬 <신이 된 항해자>(강희정·송승원 지음), 히말라야 등반 산업과 셰르파의 상호작용을 탐구한 <셰르파, 히말라야 등반가>(오영훈 지음)가 이번에 출간됐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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