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켄스케 지음, 이와나베 카오루 그림 , 강영조 옮김 l 집 l 1만 2000원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명 ”으로 꼽히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미워한다 ’고 당당히 밝힌 책이 나왔다 . <르코르뷔지에 미워 >는 건축 실무자이자 연구자인 일본의 요시다 겐스케가 만 82살에 발간한 책으로 , ‘일본 건축계에서 신성불가침한 존재 ’로 여겨지는 르코르뷔지에를 기존의 건축 전문 잡지나 평론 , 논문 등과는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 2016년 세계 각지의 르코르뷔지에 작품 17건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며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도 포함됐는데 , 이에 고무된 평론가들과 달리 지은이는 건축가의 첫 구상이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을 짚으며 과연 “르코르뷔지에다운 뛰어난 작품 ”인지 의문을 드러낸다 . 또, 르코르뷔지에가 생각해낸 척도인 모듈러와 규준선이 실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어리둥절해한다 . 전문가들은 찬사를 보내지만 실제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이 자의적인 기준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밝힌다 . ‘그래서 어찌하라고 …?’라는 속마음이 드러날 땐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거리를 좁혀 다가온다 . 르코르뷔지에의 ‘근대 건축의 5원칙 ’(옥상정원 , 자유로운 평면 , 자유로운 입면 , 가로로 긴 창 , 필로티 )이 드러난 ‘빌라 사보아 ’와 그의 어머니가 살았던 ‘작은 집 ’을 견학하며 언행의 모순을 톺아보기도 한다 . 책은 내내 르코르뷔지에를 꼬집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똥배짱 ’을 건축가로서 “건축주의 불만에 견뎌 이겨내는 근성 ”으로 긍정하는 듯하다. 곳곳에 삽입된 이와나베 가오루의 그림이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 위트도 극대화해 흥미를 돋운다 .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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