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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찰과 반성 위해…국가 폭력의 현장, 보존하고 기억하라

등록 2021-12-24 04:59수정 2021-12-24 19:20

독일 나치 기념관들 답사기
역사적 배경, 운영방식도 담아
“장소 자체를 1차 사료로 다뤄야
남영동 대공분실도 잘 보존을”

악을 기념하라
카체트에서 남영동까지, 독일 국가폭력 현장 답사기
김성환 글 l 보리 l 3만원

독일 뮌헨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곳에 있는 다하우 수용소 기념관. 다하우 수용소는 나치가 정치적 반대자와 유대인들을 가두기 위해 무기 공장 자리에 만든 강제 수용소(카체트)다. 입구를 통과하면 수감자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2013년, 2015년 두 번이나 방문해 나치 과거사에 대해 사죄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독일의 책임과 반성은 영원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수감자 막사 자리들에 잡석이 깔려 있고, 한두개 동 정도가 복원돼 당시 실상을 알려 주는 전시장 공간으로 사용된다.

베를린 교외의 전원 마을 오라니엔부르크에는 역시 나치 강제 수용소였던 작센하우젠 수용소 기념관이 있다. 강제 수용소 총감독관이었던 테오도르 아이케가 이후 지어질 다른 수용소들의 원형으로 설계하고 시범 운영했던 곳이다. 수용소 출입구인 하얀색 2층 건물 꼭대기에는 11시7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탑이 보인다. 이는 1945년 4월22일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소련군이 이곳을 접수한 시각이다. 수용소 입구 철문에는 나치의 정책 슬로건이었던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악을 기념하라>는 독일 각지에 있는 나치 관련 유적과 기념관을 방문해 쓴 답사기다. 독일 전국에는 나치 유산과 관련된 공식 기념관이 220여 개에 이른다. 지은이는 이 가운데 베를린의 공포의 지형도 기록관·반제 회의 기념관·작센하우젠 수용소, 뮌헨의 다하우 수용소, 바이마르의 부헨발트 수용소, 함부르크의 노이엔가메 수용소, 뉘른베르크의 전범 재판소 기념관 등 20여곳을 방문했다. 방문 장소에 대한 묘사와 함께 기념관의 운영방식, 기념관이 설립된 역사적 배경과 과정 등도 자세하게 담았다.
독일 다하우 수용소 기념관의 소각장. 나치는 수용소에서 사망하거나 처형된 수감자들의 시신을 소각로에서 태워 처리했다. 보리 제공
독일 다하우 수용소 기념관의 소각장. 나치는 수용소에서 사망하거나 처형된 수감자들의 시신을 소각로에서 태워 처리했다. 보리 제공

지은이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점은 두 가지다. 먼저 국가 폭력 현장은 그 장소 자체를 1차 사료로 다루어 최대한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모든 강제 수용소 기념관은 기본적으로 원형을 보존하면서 ‘가해자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과거사 청산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독일의 나치 청산에 있어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은 시작에 불과했을 뿐 이후 68학생운동, 1980년대 미국의 홀로코스트 관련 텔레비전 방송을 계기로 일어난 반성운동 등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 상임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지은이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기념관을 만드는 데 참조하기 위해 답사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에서도 독일의 기념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 기념관 건립에 주는 시사점을 다각도로 제시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세워진 남영동 대공분실은 고 김근태 의원,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고문 당한 곳이다. 지난 2018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경찰로부터 관리권을 인수해 기념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은이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가 폭력의 현장으로 보존하여 “우리나라에 다시는 반인권적인 권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자성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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