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고지도 이야기
정대영 지음 l 태학사 l 1만6000원 학창 시절, 사회과 부도 하나 펼쳐두고 몇시간씩 상상의 나래에 빠져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길 수밖에 없는 책이 나왔다. 지리학을 연구한 박물관 큐레이터가 오랜 옛 지도(고지도)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낸 <알고 보면 반할 지도>다. 지도란 지표면의 모습을 실제보다 축소해 평면에 나타낸 그림으로, 약속된 기호나 문자를 통해 실제 지표면의 특징을 함축해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지표면 속 일부에는 내가 살아온 고장, 걸어온 길, 겪어온 일 등이 녹아 있다. 지도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특히 고지도에는 그 시대의 희로애락과 오욕의 감정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고 말한다. “정확함이 생명인 현대의 지도는 정확한 만큼 지극히 과학적이고 기계적이지만, 고지도는 상상과 관념의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서건 구글 맵만 켜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상상 속의 나라와 동물들이 버젓이 기록된 고지도의 매력이 여전한 까닭이다. 지은이가 고지도와 사랑에 빠진 순간도 로맨틱하다. 대학교 4학년 시절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한동안 충남 공주 지역의 고지도를 끼고 살았는데, 자신이 거닐었던 순하고 따뜻한 그 고장의 거리들과 가파른 공산성의 절경이 지도 속에 생생했다. 특히 지도 속 나룻배와 노 젓는 뱃사공의 그림을 보며 천천히 흐르는 금강 물결이 떠오르는 감동의 순간을 경험한 뒤, 동서남북 방위조차 엉망인 고지도의 운치와 낭만에 점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고지도와 사랑에 빠진 계기가 된 공주목 지도의 일부. 공산성 인근에서 부여 방면으로 노를 젓고 있는 뱃사공의 그림이 담겨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소장. 태학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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