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돌입’ ‘자택·회사·대학 동시다발 압수수색’ ‘스마트폰·컴퓨터 확보…디지털 포렌식 개시’ ‘전격 소환조사’ ‘혐의 확인…조만간 기소’. 김건희씨 집, 대학과 회사, 협회를 압수수색하는 장면을 떠올려봤습니다. 이어서 이런 기사들을 포함해 시시콜콜한 ‘의혹’과 ‘정황’ 보도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온 사회는 들끓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출간된 <개와 늑대와 검찰의 시간>(어마마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밥그릇 공동체로서 윤석열 대통령에 베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검찰이 2년 전 그때처럼 적극적일 리가 없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걷어차고 대선 직행을 선택한 윤석열에 대해 검찰 내부의 비판이 거의 없는 것도” 그래서겠죠.
‘하이에나’라는 비유는 적확해 보입니다. “뼈까지 으스러뜨리는 강력한 이빨(수사권)과 턱(기소권), 유죄 심증을 끝까지 밀어붙여 탈탈 터는 끈기,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협동심을 자랑하는” 하이에나. 문제는 조직이기주의입니다. “나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혹한 이중인격”이 민주체제를 농락하고 검찰의 나라를 지향합니다.
검찰의 음험한 속내를 파헤치고 폭로하는 책들이 근래 들어 종종 나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포르체), 뉴스타파 기자들이 탐사한 <죄수와 검사>(뉴스타파)처럼 말이죠. 기이하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썩어 있는 ‘기괴오썩’의 검찰 세계가 폭로됩니다. 이제 드러날 만큼 드러난 것 아닐까요. 한국사회를 물밑에서 쥐고 흔들던 검찰이, 아예 스스로 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가 되겠다고 나선 터입니다.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되지 않던 시간은 이미 끝났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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