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주의 흔든 새 철학 사조
사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적 해설
화이트헤드 철학으로 톺아보기
“존재는 다른 존재 안에 존재한다”
사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적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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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다른 존재 안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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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실재론과 화이트헤드
스티븐 샤비로 지음, 안호성 옮김 l 갈무리 l 1만7000원 과격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서구 전통의 인간중심주의를 공격하고 해체하는 철학적 조류, 이른바 ‘사변적 실재론’은 ‘인류세’에 대한 반성적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변적 존재론은 인간 정신이 관계하고 이해하는 방식과는 무관하게 실재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만물의 척도”가 아니며 모든 존재는 동일한 한 평면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새기게 만들었다. 인간중심주의에 난 균열은, 인간 주체가 중심에 있는 세계가 아닌 “객체들의 민주주의”로 이뤄진 세계를 바로 보게 만든다. 다만 여기에는 어쩐지 가없는 허무주의를 느끼게 하는 구석이 있다. “우리의 현존에 무심한”(캉탱 메야수) 자연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가치와 의미도 말할 수 없는 것인가?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스티븐 샤비로(67)가 2014년에 내놓은 <사물들의 우주>는 사변적 실재론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해설서다. 영국 출신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를 연구한 지은이는 “사변적 실재론 또는 신유물론이라 분류할 수 있는 철학적 조류를 통해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고 밝힌다. “존재의 상태보다는 존재하게 되는 방식을, 사고의 어떤 전제된 본질보다는 사고의 양태를, 그리고 불변하는 실체보다는 우연적인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인간중심주의에 의문을 던지며 질 들뢰즈의 그것과 함께 사변적 실재론 등 새로운 철학 조류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중심주의를 포기하고 인간이 창조의 정점이라는 우리의 주장을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무엇이 일어날까?” 기본적으로 사변적 실재론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드러낸다. “세계는 그것을 형성하고 처리하는 우리의 방식(인식)에 의존한다”는 상관주의는 서양 근대 사상을 강력하게 지배해왔다. 이에 대해 사변적 실재론은 실재는 인간의 방식과 관계없이 존재하며, 인간의 개념적 도식으로 환원하지 않고도 ‘우리 없는 세계’를 가리키고 말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사변적 실재론이란 말 자체는 2007년 캉탱 메야수, 그레이엄 하먼, 레이 브라시에, 이언 해밀턴 그랜트 등이 참여했던 워크숍에서 비롯했는데, 상관주의적 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식은 사상가마다 제각각 다르다.
![사변적 실재론에 영향을 미친 영국 출신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의 모습. 출처 웰컴 라이브러리 사변적 실재론에 영향을 미친 영국 출신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의 모습. 출처 웰컴 라이브러리](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4/443/imgdb/original/2021/1210/20211210500069.jpg)
사변적 실재론에 영향을 미친 영국 출신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의 모습. 출처 웰컴 라이브러리
![영국 출신 작가 귀네스 존스의 소설 <사물들의 우주> 표지. 자신의 생물학적 배출물을 도구로 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시리즈로, 스티븐 샤비로는 이 작품이 “객체들의 생생함과 객체들이 우리와 관계하는 방식에 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고 평가한다. 영국 출신 작가 귀네스 존스의 소설 <사물들의 우주> 표지. 자신의 생물학적 배출물을 도구로 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시리즈로, 스티븐 샤비로는 이 작품이 “객체들의 생생함과 객체들이 우리와 관계하는 방식에 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고 평가한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30/499/imgdb/original/2021/1210/20211210500068.jpg)
영국 출신 작가 귀네스 존스의 소설 <사물들의 우주> 표지. 자신의 생물학적 배출물을 도구로 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시리즈로, 스티븐 샤비로는 이 작품이 “객체들의 생생함과 객체들이 우리와 관계하는 방식에 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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