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지음 l 지앤유 l 1만 7000원 “통영에는 570개의 섬, 42곳의 유인도가 있다.” 경남 통영 토박이이자 <통영인뉴스> 기자인 김상현은 13년 동안 통영의 섬들을 다니며 섬사람들의 삶을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에 기록해냈다. 지은이가 살핀 섬은 한산도, 좌도, 비진도, 추봉도, 지도(종이섬), 곤리도, 연대도, 노대도, 초도(풀섬), 국도 등 모두 10곳으로, 섬마다 잡히는 어종이 달라 사람들이 먹고살아온 방식은 닮은 듯 다르다. 멸치, 홍합, 미역, 전복, 문어, 미더덕 등 섬이 품은 자원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섬사람들의 ‘절박함’과 만난다. “섬에서 살아온 한평생” 중 어느 하나 고단하지 않은 삶이 없었지만,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산 이들의 과거에선 생동하는 힘이 느껴진다. 거센 바닷바람뿐만 아니라 거친 근현대사의 상흔도 통영의 섬들을 훑고 지나갔다. 일본인 선주 밑에서 일했던 한산도의 한 어르신은 배 위에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추봉도에선 6·25 때 포로수용소가 들어서며 삶의 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이 전쟁 뒤 그곳을 다시 일구어내느라 힘겨운 시절을 보낸다.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종이섬 대구어장의 흔적을 찾다 보면 일본 제국주의에 황금어장을 뺏긴 아릿한 과거를 만나게 된다. 신석기 유물이 발견되는 연대도에 닿으면 섬의 유구한 시간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엔 섬사람들과의 대화가 생생하게 담겼는데, 그들의 말을 뒷받침할 공식적 기록을 찾아 생활사를 복원해내는 과정이 지은이가 만난 섬의 음식처럼 ‘오묘하고 깊은’ 맛을 자아낸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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