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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린 친구야?

등록 2021-12-10 04:59수정 2021-12-10 09:26

들판에 외롭게 있던 눈덩이에
얼굴·팔다리 만들자 ‘눈아이’ 돼
계절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우정
색연필로 그린 따뜻한 겨울 정취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 l 창비 l 1만5000원

눈이 오면 개만 펄쩍펄쩍 뛰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뛴다. 눈밭에 발자국을 내고, 눈사람도 만든다. 눈밭에서 썰매 타고, 눈싸움하던 추억이 누구나 있지 않나. <수박 수영장>을 쓴 인기 작가 안녕달이 이렇듯 겨울 추억이 생각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눈아이>.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은 날, 아이는 학교 가는 길에 눈덩이를 만난다. 뽀득뽀득, 소리를 내는 눈덩이가 신경 쓰였던 아이는 수업이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가 본다. 아이는 눈덩이에 팔과 다리, 얼굴을 만들어준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니 눈덩이가 “우아우아~” 말을 한다. 이제 눈덩이는 ‘눈아이’가 되어 아이와 친구가 된다. 둘은 눈으로 빚은 차가운 눈빵을 먹고, 책가방 썰매를 타며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창비 제공
창비 제공

서로의 다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을 맞잡았을 때 온기가 눈아이의 손을 녹이자 두 아이는 빨간색 털장갑을 나눠 낀 채 손을 잡는다. 눈아이가 넘어지자 아이는 상처 난 곳을 ‘호~’ 해준다. 그 순간 눈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왜 울어” 묻는 아이에게 눈아이는 “따뜻해서”라고 말한다. 녹아서 물이 되는 순간에도 우정은 더욱 깊어진다.

어느덧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눈아이는 점점 작아진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묻는 눈아이는 아이와의 마지막 놀이를 제안한다. “우리 숨바꼭질할까?”

눈이 사라진 언덕에 푸른 잎이 돋았지만 이야기는 ‘새드 엔딩’이 아니다. 겨울은 다시 돌아오니까.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색연필로 그린 서정적인 겨울 풍경에 담겨 따뜻하고 뭉클하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안녕달 작가의 손글씨도 정겹다. 책장을 덮고 나니 겨울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지난겨울, 눈이 얼마 없어 흙까지 끌어모아 만들었던 눈사람 이야기로 아이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계절마다 듣게 되는 노래가 있듯이 <눈아이>도 겨울이면 생각나서 꺼내보는 책이 될 것 같다. 4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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