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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품’이 된 도시 서울…‘작품’의 형태로 다시 빚어보자

등록 2021-11-26 05:00수정 2021-11-26 20:11

비판적 문화연구 개척 강내희 전 중앙대 교수
서울의 사회역사적 형성 짚으며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 모색

서울의 생김새
자본주의 도시적 형태의 시학
강내희 지음 l 문화과학사 l 2만9000원

소설가 이호철이 이미 1960년대에 “서울은 만원”이라고 했지만, 1980년대 초까지 그것은 대체로 강북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전체적으로 둥그런 모양에 관통하는 한강을 품고 있으며, 고층건물을 위주로 다양하고 커다란 인공 건조물들이 빼곡하게 들어 찬, 또다른 도시들을 외곽에 달고 있는 오늘날 서울이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8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비판적 문화연구를 개척해온 강내희 <문화/과학> 발행인(전 중앙대 교수)은 새 책 <서울의 생김새>에서 이 같은 서울의 생겨먹은 꼴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파헤치려 시도한다. 부제에 ‘도시적 형태’와 ‘시학’이란 말을 함께 넣은 데에는, 사회역사적인 산물로서 도시의 형상을 연구하는 한편 더 나아가 이를 “새롭게 전유하고 창조해야 할 대상”으로 보겠다는 방향 설정이 담겼다. 지은이는 “시학적 관점의 대상인 도시적 형태는 자본주의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것을 자본의 운동, 그 가치법칙과의 관계를 통해서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마르크스를 참고할 때, 가치는 생산되고 실현되고 분배되는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형태로서 나타나며 이는 도시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서울의 자본주의적 도시화는 크게 두 차례의 순환을 거쳤다고 본다. 첫번째 순환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60년대 초에서 시작해 노태우 정권에 의해 추진된 주택 200만호 건설 사업이 종료된 90년대 초까지이다. 두번째 순환은 외곽에 신도시들이 건설되고 수도권 전체의 도시화가 진행된 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특히 제2차 한강종합개발은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적인 사회적 하부시설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신군부의 자유주의적 문화정책과 어울려 이전에 없던 신자유주의적 축적 논리를 공간화한 사회공학적 기획이기도 했다. ‘마이카’ 시대의 도래, 레저의 대중화 등으로 “사람들은 노동력으로서 가치의 생산에 동원됨과 함께 소비자 주체로서 가치의 실현에도 집중적으로 동원되기 시작”했다.

서울 한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의 모습. &lt;한겨레&gt; 자료사진
서울 한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대규모 거주환경의 구축과 주택의 금융 자산화 사이의 연관점을 파고든 대목이다. 도시에서 대규모 구조물 등 건조환경은 고정자본과 소비기금으로 이루어지는데, 자본의 운동이 지속됨에 따라 그 규모는 필연적으로 거대해진다. 특히 지은이는 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에 따라 소비기금이었던 주택이 ‘유사 고정자본’이 된 변화, 곧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로서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된 것이 오늘날 서울의 생김새를 만드는 데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수도권까지 포괄하는 ‘행성적 도시화’, 고층건물의 대대적 건립 등 ‘수직도시’의 형성, 하늘과 지형이 맞닿은 공제선과 경관의 특권화,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배경에는 ‘자본의 금융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은이는 도시를 ‘제품’에서 ‘작품’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한 앙리 르페브르를 참고해, 자본 운동의 결과물로 확정된 ‘도시’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 가능성과 잠재성을 지닌 “도시적인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위해 민중이 도시에 대한 공통적 권리를 확보해 도시적 형태를 다시 써낼 능력을 지닌 작가, 즉 공간-시학의 주체로 새롭게 탄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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