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빙하 녹으며 해수면 상승
마이애미, 베네치아, 마셜제도 등 코앞 위험
“화석연료 사용 중단해야 피해 줄일 수 있어”
마이애미, 베네치아, 마셜제도 등 코앞 위험
“화석연료 사용 중단해야 피해 줄일 수 있어”
통신 영상 갈무리" />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지난 8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맞아 물속에서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코페 장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투발루 한 해변에서 이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을 찍은 이 지역도 한때 육지였다. 코페 장관은 “바닷물이 항상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말뿐인 약속만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우리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영상 갈무리
높아지는 해수면, 가라앉는 도시, 그리고 문명 세계의 대전환
제프 구델 지음, 박중서 옮김 l 북트리거 l 2만1000원 <물이 몰려온다>는 지구 온난화로 야기된 해수면 상승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 책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미국의 뉴욕, 노퍽, 마이애미, 키발리나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라고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셜제도의 마주로 등 해수면 상승 위험에 직면한 도시들을 찾아가 해수면 상승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도시는 이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탐색한다. 해수면 상승이 현대에 새로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40억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 동안 바다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해왔다. 12만년 전 마지막 간빙기 동안 해수면은 지금보다 6~9m 더 높았다. 2만년 전인 마지막 빙하기의 절정기에는 지금보다 120m나 낮았다. “오늘날의 상황에 차이가 있다면, 인간이 행성을 뜨겁게 달구고 그린란드와 남극의 거대한 빙상을 녹이는 방식으로 이 같은 자연의 리듬에 간섭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반대론자들은 이런 사실을 부인한다. 지은이는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한 공화당 의원이 ‘해수면 상승’을 가리켜 ‘좌파의 용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대신 쓰이는 표현은 ‘반복적 홍수’다. 지은이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해수면 상승은 우리 시대의 핵심 사실들 가운데 하나이며, 중력과 마찬가지로 실재한다”고 말한다. 20세기에 바다는 약 15㎝ 상승했다. 오늘날 바다는 지난 세기에 기록된 것보다 2배 이상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해수면 상승폭은 2100년까지 최소 약 30㎝에서 최대 250㎝ 이상에 이를 수 있다. 지은이가 먼저 방문한 곳은 그린란드다. “훗날 마이애미와 뉴욕, 베네치아와 기타 연안 도시를 잠기게 할 대부분의 물은 다음 두 군데서 비롯될 것이다. 한 곳은 남극, 또 한 곳은 그린란드다.” 지난 20년 동안 북극권은 1.6도 이상 따뜻해졌다.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오늘날 그린란드에서 매년 사라지는 얼음의 양은 1990년대 내내 사라진 얼음의 양보다 3배나 많다. 2012년부터 2016년 사이만 해도 1조 톤의 얼음이 사라졌는데, 이 정도면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얼음 육면체를 만들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 피해 지역은 연안 도시와 섬나라 들이다. 미국 남부의 휴양도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점점 더 많은 지역이 침수되고 있다. 플로리다 인구의 4분의 3 이상은 연안에 산다. 연안에 있는 주택, 도로, 사무용 건물, 콘도 건물, 전력선, 수도관, 하수관 등은 모두 폭풍 해일과 만조에 취약한 상태다. 앞으로 몇년간 바다가 상승하면 이런 기반 시설의 상당 부분을 다시 만들거나 옮겨야 할 것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150억 내지 230억 달러 상당의 플로리다 부동산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 유서 깊은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상습 침수에 시달리고 있다. 1940년대에 베네치아의 홍수는 1년에 10차례 정도였지만, 지금은 1년에 75차례나 발생한다. 바다가 상승하면서 소금물이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의 벽돌과 대리석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지은이가 만난 한 전문가는 “우리가 과연 어떻게 베네치아를 구제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무려 1000년 넘게 이곳에 있었습니다. (…) 어떻게든 우리는 거기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라고 말했다. 주민 400여명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의 섬 키발리나는 바다의 상승으로 매년 18m씩 해안선이 잠식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려 토양이 불안정해지자 주택들이 붕괴돼 바다로 떨어지고 있다. 마을을 본토의 더 높은 곳으로 이전하려면 1억 달러가 필요한데 주정부나 연방정부 모두 그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없다. 아마도 해수면 상승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은 마셜제도 같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섬나라들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거의 없다. 마셜제도 주민들이 지난 50년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연간 배출량보다도 적다. 이들은 “다른 국가들의 방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서양이 200여년 동안 벌였던 ‘화석연료 파티’ 때문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셜제도에는 이주할 만한 고지대도 전혀 없다. 그곳이 물에 잠기면 모두가 사라지는 셈이다. 섬나라들 입장에는 해수면 상승은 주택과 생계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와 정체성까지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지만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응은 그렇지 않다.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부유한 도시와 국가는 해안 방벽을 쌓고 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주요 기반 시설을 돋워 재건할 만한 여력이 충분한 반면, 가난한 도시와 국가는 그럴 여력이 없다.” 해수면 상승을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화석연료 이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면 이번 세기 해수면 상승은 60㎝에 그칠 것이다. 화석연료 ‘파티’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해수면 상승은 1m를 훌쩍 넘어갈 것이다. 결국 우리가 답해야 하는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다. “과연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이산화탄소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인가? 우리는 상승하는 물에 도시가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너무 늦어 버릴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수몰된 해안 및 섬에서 온 이재민을 환영할 것인가, 아니면 가둬 놓을 것인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