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의 선원과 해적 그리고 잡색 부대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l 갈무리 l 1만7000원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들 한다. 권력이 권력을 중심으로 서술한 역사는, 그러나 그들만의 것일 뿐이다. 시각을 바꿔보면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범죄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일곱 개의 성문을 가진 테베를 누가 건설했는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책을 채운 것은 왕의 이름들뿐이었다”고 자문자답하지만 이내 “울퉁불퉁한 돌덩이를 나른 이들은 왕이었는가?”라고 반문한다. 마커스 레디커는 <대서양의 무법자>에서 왕과 권력, 영웅의 시선을 뒤집어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대항해 시대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레디커가 보기에 진정한 영웅은 선원, 노예, 계약하인, 해적 그리고 다른 여러 무법자들이다. 또한 바다에서 벌어진 투쟁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온 레디커는 이 책에서 역시 육지중심주의를 극복하며 “텅 빈 공간”이나 “미학적 관조에나 걸맞은 거칠고 숭고하며 상상의 모습으로 가득한 장소”로 여겨져 온 바다를 실제로 역사가 창조된 공간으로 바다 노동계급의 삶과 투쟁을 통해 재해석해낸다. 레디커는 대항해시대 선원들이 “전 세계적 소통의 방향타였”던 이야기꾼들이었다고 규정한다. 17세기 후반 국제 자유 임금노동자의 일원이었던 선원 에드워드 발로우의 바다를 탐색하고, 특권층 출신에서 계약하인으로 추락한 헨리 피트먼의 집단행동으로서의 탈주를 살펴본다. 또한 역사 주동자로서의 해적, 아메리카 혁명에 혁명적 역할을 다한 대서양 선원과 아프리카인 노예는 물론 다인종 집단들로 이뤄진 ‘잡색 부대’, 선상 봉기를 통해 저항과 반란의 언어를 구성한 아프리카인들의 서사를 집중 조명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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