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l 북하우스 l 1만7500원
38살에 히말라야에서 목숨을 잃은 등산가 조지 말로리(1886~1924)는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해 시대의 어록을 장식했다. 세계 최초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을 한 라인홀트 메스너(1944~)는 산중의 절대고립 상태에서 얻은 눈부신 자유를 ‘흰 고독’이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위대할 정도로 매혹적인 이 ‘산악 명언’들도 노르웨이의 코미디언 아레 칼뵈에겐 미심쩍기 그지 없었다. 산 위에서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왜 힘들여 산에 오르지? 고요? 나는 집 안에서 창문만 닫으면 충분히 고요함을 누리는데? 세속에서 벗어나려고? 산에 휴대폰 가져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하지만 그에게도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술친구들이 어느새 등산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연에 친구를 빼앗긴” 칼뵈는 대관절 등산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사람들이 ‘변심’하는지 알아보고자 길을 떠난다. 그리고, ‘코미디 25년 경력자’는 유려하고도 시니컬한 입담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산 코스인 요툰헤이멘 산맥, 크로스 컨트리 스키 코스가 있는 하르당에르 고원에서의 경험을 묘사한다. 내면의 안정 찾기,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깨닫기, 하늘을 향해 두 팔 쭉 뻗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오랜 하이킹 뒤 느끼는 음식의 맛과 자연 경관이 평소보다 더 나은지 확인하기…. 그는 과연 산에 올라가기 전에 세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건 있다. 그는 산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