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각감각에 대하여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l 열린책들 l 2만2000원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인본주의를 주창해온 독일 출신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41)의 2018년작 <생각이란 무엇인가>가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전작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2013), <나는 뇌가 아니다>(2015)와 함께 3부작을 이루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통해 지은이가 주창해온 ‘신실재론’(Neuer Realismus)을 설파한다. 3부작이 일관되게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휩쓸린 고삐 풀린 진보 속에서 실종된, “윤리적 숙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지위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실재와 거짓을 분간할 수 없다”거나, 인공지능의 발전처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 등 탈근대 시대 ‘구성주의’와 ‘자연주의’의 오류들을 지적하고 보편주의, 인본주의 같은 근대적 가치들을 되새긴다. 이번 책은 인간의 ‘생각하기’를 주제로 삼는다. 흔히 생각은 감각과 분리되어, 감각을 통해 주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능 정도로 이해되곤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좁게 접근할 때 “실재는 존재하지 않고 구성될 뿐”이라고 보는 ‘구성주의’ 등의 오류에 빠진다고 본다. 대신 “생각은 하나의 감각”이라고 주장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공통감각’ 논의 등에 비춰가며 이를 심화시켜 나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의 의식은 대상의 개별적 질만이 아니라 통일된 인상을 체험한다고 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보고 듣는다는 것을 지각한다”는 개념을 세웠다. 지은이는 이 같은 ‘생각하기를 생각하기’는 감각의 특징들을 지녔으며, 그것은 “자신의 대상, 곧 생각하기와 오류 가능한 방식으로 접촉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생각하기는 인간과 실재 사이의 인터페이스이며, 그것은 다양한 의미장들을 넘나드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은 되레 실재의 결정적 기준으로 제시된다.
‘신실재론’을 주장하는 독일 출신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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