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자살 사별자
임상심리학자 안내로
여섯 밤 애도 모임 함께한 과정
미뤄온 애도 시작하는 계기 마련
임상심리학자 안내로
여섯 밤 애도 모임 함께한 과정
미뤄온 애도 시작하는 계기 마련
게티이미지뱅크
고선규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 7000원 자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말한다. “소소한 일상을 살다가 준비하지 않은 채 갑자기 맞이한 일”이었다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그들의 무력감은 깊다. <여섯 밤의 애도>는 “자살 사망자 뒤에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이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고인이 떠난 자리에서 다시 삶을 꾸려가야 한다. 책에는 다섯 명의 자살 사별자가 여섯 번의 애도의 밤을 함께한 과정이 담겼다. 애도의 밤을 함께한 원이, 민이, 선이, 영이, 경이(모두 가명)는 2015~2019년 사이 각각 남동생, 오빠, 여동생, 아버지, 언니를 잃었다. 고인과의 심리적 거리는 제각기 달랐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그날, 그 순간 각자가 느낀 감각과 기억, 감정에 집중해 전하는 이야기들엔 공통된 아픔이 담겨 있다.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자살 사별자 심리지원 단체 메리골드를 이끌고 있는 지은이가 이들과 함께하며 자살 사별자들이 겪는 아픔을 헤아려볼 수 있게 안내한다. 병사나 사고사로 가족을 잃었을 때와 달리 자살 사별자가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의 문제는 매 순간 고통스럽다. 고인의 시신을 마주하는 것, 장례식에서 사인을 밝히는 일 자체도 큰 난관이다. 유품을 처리하는 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겨진 흔적을 남겨둘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따르며, 가족 내에서 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녹록지 않다. 가족 구성원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데에서 ‘실패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자살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멈추려는 정신적 과정이라는 것 외에 남겨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없는데도’ 극단적 선택 이전 고인의 마음과 고통을 가늠해보려는 분투를 사별자들은 겪어낸다. 그 과정에서 슬픔과 죄책감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지은이는 “온통 폐허가 된 듯한 삶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 아마도 그것이 첫 번째 애도 과정이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돌아보고, 잃은 것에 대한 온전한 슬픔을 겪고 표현해야 한다”며 그 과정을 묵묵히 지탱해준다. 마지막 모임에서 다섯 사람은 각자가 잃은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유품이나 사진을 통해 고인을 소환하는데, 안타까운 선택을 한 마지막 모습에 머물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던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에서 아릿한 그리움이 전해진다. 지은이는 이 기록이 “자살 사별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고, 사별자들은 “꾹꾹 눌러 담아놓은 고인의 이야기 상자를 열어 회피하거나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고 있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행복할 수 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자살률, 그 수치로 제시되는 죽음은 한 개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므로, “자살 이후의 남겨진 자리를 살피는 것”에서 자살 예방을 시작해야 한다는 책의 제언에 동행해봄 직하다. 11월20일 올해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에 맞추어 출간됐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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