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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유럽과 메나(북아프리카·중동), 함께 봐야 제대로 보인다

등록 2021-11-12 05:00수정 2021-11-12 10:23

역사 속의 유로메나
교류와 갈등의 역사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기획, 박단 엮음 l 에코리브르 l 2만5000원

문명이 끊임없는 갈등과 교류의 결과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유럽이라는 지역은 오늘날의 북아프리카와 중동, 곧 ‘메나’(Middle East & North Africa) 지역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십자군 전쟁과 레콩키스타, 근대 이후 제국주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의 영향력을 도외시한 유럽사, 유럽의 영향력을 무시한 메나 지역의 역사 연구는 그 한계가 너무 뚜렷”할 수밖에 없기에 종합적인 렌즈로 유럽과 메나를 한데 묶어서 보는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역사 속의 유로메나>는 이런 필요성을 인식한 국내 학계에서 내놓은 성과물이다. 2019년 설립된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의 ‘유로메나’ 관련 학술대회에 25명에 달하는 다양한 국내 학자들이 참여했고, 그 내용을 단행본으로 담았다. 엮은이인 박단 서강대 교수(사학)는 프롤로그에서 “(국내 학계에서) 여전히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라는 틀 안에 함몰되어 더 넓은 시야로 역사를 바라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유럽과 메나 지역 두 문명권의 갈등과 교류에 관심을 가진 국내 학자들의 글을 체계적으로 종합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획기적인 시도”라고 자평했다.

1282년께 맘루크 술탄국에서 만들어진 아스트롤라베. 위키미디어 코먼스
1282년께 맘루크 술탄국에서 만들어진 아스트롤라베. 위키미디어 코먼스

책은 근대 이전과 이후의 유럽과 메나의 역사, 하나의 대표성을 갖는 집단으로서 유럽연합과 메나의 관계, 유럽 안에 있는 메나적 요소들에 대한 탐구 등으로 각 연구자들의 독립적인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기획은 두 문명권이 서로 얽혀 있는 다양한 역사와 현실의 편린들을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예컨대 교황 실베스테르 2세가 휴대용 천문 관측기 ‘아스트롤라베’를 비롯한 이슬람 천문학을 도입한 것은, 서기 900년대 중반 이후 아랍어·라틴어 책 등을 통해 이슬람 과학 지식이 유대교 지식인들의 중개로 유럽에 전파된 ‘교류’의 역사를 보여준다. 예루살렘을 잠시나마 ‘평화와 공존’ 지대로 만들었던 제6차 십자군전쟁은 ‘격렬한 적대’ 너머 복잡한 현실정치의 역학관계를 드러낸다. 근대 이후엔 유럽 제국주의가 메나를 식민화한 역사가 두드러졌고, 이 때문에 두 지역 사이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두 지역 사이에는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 시리아 난민, 무슬림 이민자 등 서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 즐비하다.

엮은이는 ‘유로메나’라는 말에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식민화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을 짚고, 앞으로는 이런 부정적인 맥락을 넘어 “서구인들의 유럽 중심적 관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균형 잡힌 연구”를 지향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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