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의 최전선
이명현 엮음, 김낙우 외 지음 l 사이언스북스 l 1만9500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그림은 신비로운 색감과 탄탄한 짜임새, 압도적인 규모도 인상적이지만,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제목으로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실, 고갱이 던지는 이 질문은 우리가 과학을 통해 알고 싶어 하는 것, 즉 ‘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닿아 있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이야말로 “과학을 이해하고 말하고 과학을 누리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연구 일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과학자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19명이 쓴 <궁극의 질문들>은 이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다. 우주의 시작과 종말, 시간과 공간의 수수께끼, 생명체의 탄생·진화와 죽음,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운명, 인간의 기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미래 등을 쉽고도 깊이 있게 다룬다. 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열린 결론’이기에 해답 뒤엔 또 다른 궁극의 질문이 이어진다. 가령 이론물리학자 박성찬은 쿼크·렙톤·게이지 보손·힉스 등으로 이뤄진 입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소개하면서 ‘현재까지 발견된 입자가 모든 물질의 기본입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천문학자 지웅배는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를 점차 해체·파괴해가고 있음을 서술하면서도 종국엔 또 다른 새로운 우주가 태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명공학이 탐구하는 죽음의 비밀을 설명한 이은희(하리하라)는 ‘세포의 노화가 오류이고 질병’이라는 최신 이론에 반신반의하면서 의문을 품는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의 운명일까, 아니면 치료의 대상일까? 과연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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