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l 창비 l 1만 6000원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라는 세 명의 프랑스 여성 작가에겐 모두 ‘어떤 한계나 표준을 넘어서는, 어머니 이상의 어머니’가 있었다. 세기의 전환기에 태어난 그들에겐 각자 “딸을 사랑하면서 그 사랑에 서툴렀던” 어머니들이 있었고, 이들은 “세 작가가 글쓰기를 꿈꾸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존재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기자이자 작가인 소피 카르캥은 세 작가가 성장 과정에서 어머니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작가로서 싹을 틔웠는지 <글 쓰는 딸들>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들여다본다. 그들의 소설, 에세이와 편지, 인터뷰, 전기와 평론 등에서 어머니와 관련한 내용을 추출해 유년 시절을 생생한 장면들로 구현한다.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는 아들에겐 맹목적 사랑을, 딸에게는 그릇된 통제력을 보이며 고통과 결핍을 선사한다. 보부아르의 어머니 프랑수아즈는 숨막히는 규율과 지배를 통해 딸에게 자유를 갈망하게 한다. 콜레트의 어머니 시도는 딸이 세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넘치는 사랑과 소유욕으로 인해 버거움도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인물의 내적 논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그들의 삶을 그려내고, 전작들에서 천착해온 심리학을 토대로 모녀 관계를 짚는다. 어머니를 떠나면서 글쓰기가 시작되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와 분리되는 세 작가의 모습은 복잡미묘한 감흥을 전한다.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어머니와의 정서적 분리는 세상의 모든 딸들 누구나 겪어내는 성장통이기에 책은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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