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권리 지음 l 아르테 l 1만9800원 시작과 끝이 있는 책. 안과 밖이 있는 책. 세상의 책을 둘로 나누어도 된다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사진)의 것은 후자다.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나선형 이야기. 마르케스를 읽으면 이야기라는 공간에 머물게 된다. 이만큼 여행과 어울리는 소설가가 있을까. 예술가가 사랑하는 거장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인문 기행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 29번째 책이 나왔다. 소설가 권리가 마르케스의 장소들을 찾아 콜롬비아에 머문 70여일의 기록이다. 그가 자란 아라카타카(<백년의 고독>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마콘도의 모델), “아라카타카보다 더 마콘도스러운 곳”으로 그의 아내 메르세데스가 다녔던 수녀회 학교가 있는 산타크루스데몸포스, 시와 소설에 빠진 법대생 그리고 기자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무대였던 보고타와 바랑키야,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바탕이 된 카르타헤나 등 마르케스 문학이 빚어진 결정적 장소를 거의 다 거친다.
노벨문학상(1982)을 받는 마르케스. 카리브 지역의 예복을 입고 시상대에 선 그는 수상 연설을 통해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고독을 웅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르케스가 살던 아라카타카의 외조부모 집에는 어린 마르케스가 그린 기차 그림이 남아 있다. 귀엽기도, 얄궂기도 하다. 기차가 놓이면서 외지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가 세운 바나나 농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분노해 파업한 노동자 400여명이 학살되어 바다에 버려진 ‘바나나 학살 사건’(1928). 외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천번도 넘게 들려주었고, 이 학살은 마르케스의 생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 결과물이 <백년의 고독>이다. © 권리
죽음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 떼의 형상. <백년의 고독>에서 노랑은 작품에 환상적 색채를 드리우는 중요한 컬러다. © 권리
마르케스의 외할머니 미나. <백년의 고독>에서 마콘도를 실질적으로 다스린 우르술라는 외할머니를 모델로 한 것이다. 그의 문학을 상징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마술적’이라는 말은 미신과 주술,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외할머니가 남긴 유산과 다름없다.
청년 마르케스. 어릴 때부터 수많은 시를 외운 마르케스는 20대에 그리스 고전과 문학에 빠져 법대를 중퇴했다. 특히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단편소설도 썼다. 기자이기도 했다. 저널리즘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피델 카스트로(왼쪽)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마르케스. 카스트로가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지식인들의 비판이 이어질 때도 마르케스는 그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았다. 카스트로에 대한 애정은 <족장의 가을>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르케스가 글을 쓴 타자기. 대가치고는 맞춤법과 문법 오류가 많았지만 생생한 디테일과 이야기를 끝없이 듣고 싶게 만드는 마술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 Peter Angr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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