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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전히 떠도는 망령, 리센코가 시사하는 것

등록 2021-10-29 04:59수정 2021-10-29 09:46

리센코의 망령: 소비에트 유전학의 굴곡진 역사
로렌 그레이엄 지음, 이종식 옮김 l 동아시아 l 1만6000원

기린 목은 높이 있는 먹이를 먹다 보니 점점 길어졌다는 설명은, ‘획득 형질 유전설’에 따른 것이다. 반면 높이 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목인 긴 기린만 살아남아 유전되었다고 풀이하는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다. 알다시피 자연선택 이론이 정설이다. <리센코의 망령>의 중심 인물인 농생물학자 트롬핀 리센코(1898~1976)는 ‘획득 형질 유전설’을 주창해온 과학자인데, 스탈린의 비호 아래 자신의 학설에 반대하는 학자들을 숙청한, 소련 생물학계를 망하게 만든 원흉으로 유명하다. 리센코의 이론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과학적 근거가 되었으며 소련 공산당에 의해 프롤레타리아 학문으로 공인됐다.

리센코는 이후 ‘가짜 과학자’로 전락하지만, 현대 후성유전학의 발달로 리센코의 이론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출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는 있지만 리센코 이론은 이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리센코의 망령’은 여전히 떠돈다. 러시아만 보더라도 극우 공산주의는 내셔널리즘을 복원시키기 위해 리센코 복권에 힘 쏟고 있는 반면 주류 유전학계에서는 리센코와 거리를 두기 위해 후성유전학 연구 자체를 기피한다.

1971년 리센코를 직접 만나기도 했던 저자 로렌 그레이엄은 20세기 가장 악명 높은 리센코주의의 명멸을 통해 과학계 외부로부터의 정치사회적 간섭과 과학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감염이라는 과학을 둘러싼 두가지 위협을 다룬다. 과학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있을 수 없지만, 과학 이론에 미치는 내외부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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