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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무미건조하도록 완벽한 세상, ‘방귀 한줌’이 일깨운 무가치의 가치

등록 2021-10-29 04:59수정 2021-10-29 09:28

필요 없다고 여기는 것들은
정말 필요 없는 것들일까
무미건조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엉뚱한 생각들의 가치

모든 것이 다 있다
김전한 지음, 경자 그림 l 고래뱃속 l 1만1000원

“유리병 끝에 코를 대보았지. 그 독특한 향, 썩은 생선에서 나는 톡 쏘는 그 향, 오후 1시의 나른한 햇살 속에서 맡는 그 향이었어. 박사님은 보아도 보아도 믿어지지가 않았어. 저토록 예쁜 소리를 내는 공기를 자신이 만들었다니. 저토록 톡 쏘는 향을 자신의 배 안에서 길러 냈다니.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녀석의 이름을 불러 보는 거야. 입술을 천천히 움직여 그의 이름을 궁글려 보는 거야. ‘바앙귀!’라고.”

똥도, 오줌도, 방귀도, 음악도, 필요 없는 것들은 모두 사라진 ‘완벽한’ 세상에서 한 ‘엉뚱한’ 박사가 ‘바앙귀’를 살려낸다. 어렵게 찾은 방귀 요정을 입안에 넣고 살살 굴린 뒤 ‘꿀떡’ 삼켰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보낸 뒤 배에 통증을 느끼곤 ‘우르르르 꽈과광!’ 마침내 방귀를 찾은 박사는 세상을 돌며 톡 쏘는 향기 한줌씩을 뿌리고 다닌다. 방귀 냄새에 서서히 전염된 사람들은 잃었던 웃음을 터뜨리고,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하늘을 올려다보고선 불쑥 낯선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방귀가 정말 필요 없는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작가 김전한은 책 제목처럼 모든 것이 다 있지만 무미건조해진 세상에 ‘엉뚱한 생각’으로 만든 ‘방귀 한줌’이 가져온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무가치’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철학과 문학, 예술과 자연, 모험과 도전 등이 경제 논리로는 뒷전이 된 현실을 꼬집어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꼽은 게 음악이었다. ‘부우우우웅’ 방귀 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엉덩이를 내밀어 ‘꽈과과과광’ 합주를 하는 장면을 읽다보면, 그동안 남모르게 조용히 내던 방귀 소리를 한번쯤 엉덩이를 들어 크게 힘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역사 이야기를 읊는 듯하다가 과학적인 논리를 펴는 입담과 만화 같이 그린 일러스트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4살 이상. 이완 기자 wani@hani.co.kr 그림 고래뱃속 제공

고래뱃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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