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에서 부동산을 사고팔게 해주는 게임의 홍보 이미지. ‘피지털’은 이처럼 물질(phygical)과 비물질(digital)이 혼합되고 있는 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메타버스2 누리집 갈무리.
플랫폼 인클로저에 맞서는 기술 생태 공통장
이광석 지음 l 갈무리 l 2만2000원 우리의 삶을 뒤덮은 비물질(디지털)은 점차 물질(피지컬)의 지형과 배치마저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디지털 사물에까지 화폐 가치를 매겨 분양하고 거래하는 등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의 작동 방식은 비물질 세계가 물질 세계까지 조종하고 통제하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디지털’과 ‘피지컬’이 합쳐진 ‘피지털’은 바로 이런 혼합 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기술문화연구자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새로 펴낸 <피지털 커먼즈>는 자본주의 기술문명에 대한 폭넓은 고찰을 토대 삼아 우리 앞에 놓인 피지털 국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물질·비물질계의 여기저기 흩어지고 방기된 노동과 유·무형 자원을 흡수하고 이를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가치 ‘포획’과 자원 ‘물류’의 효율을 강조하는 경제 시스템”인 ‘플랫폼자본주의’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인간의 생체 정보까지 포함한 모든 자원들을 활용하고 여기서 이윤을 창출하는 ‘인클로저’가 진행되는 현실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경고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 복무하고 있는 ‘공유(公有)경제’에 대한 지은이의 비판이 특히 날카롭다. ‘소유 아닌 공유’를 앞세운 공유경제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대안처럼 여겨졌으나, 실상은 자원의 효율적인 중개로 시장 효율을 극대화하고 “네 것이 다 내 것” 등 종국엔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자원을 틀어쥐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호부조와 품앗이 전통은 태스크래빗이, 아는 이들끼리 빈집 잠자리를 나누던 지역문화는 에어비앤비가, 동네 커뮤니티 수준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카풀은 우버가, 하숙집의 거주 문화는 셰어하우스 플랫폼이 흡수하거나 대체한다.” 저자는 ‘공유도시’를 내걸었던 서울시의 사례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한다.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잇는 플랫폼 지배 질서는 자본의 일방적인 ‘포획’뿐 아니라 새로운 물적 조건의 출현에 따른 대안의 가능성도 내포한다는 점에서 양가적이다. “신생의 피지털계를 장악하려는 플랫폼 자본의 지배적 후광 효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면 이미 존재하거나 부상하고 있는 수많은 물질·비물질계 자율 커먼즈들의 타격이 크다.” 지은이는 “자원의 공유와 생산에 있어서 평등주의적 협력 관계” 등 ‘커먼즈’(共有)의 가치와 이에 입각한 실천이 절실하다고 짚는다. 또 피지털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춤한 대항력을 구성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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