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얼짱 주군쟁탈전 1
제자백가와 사랑의 기술
정단비 글, 박미화 그림 l 도서출판 수류화개 l 1만5000원
어지러운 중국 춘추전국시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더 좋은 짝을 찾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제후와 제자백가 사상가의 모습은 어쩌면 현대의 ‘자유연애’와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연애소설’을 표방한 <원조얼짱 주군쟁탈전 1>은 이런 점에 착안해, 제자백가 사상가들 사이의 다툼을 어느 대학교 ‘원조얼짱’을 가운데 둔 각 학과 ‘얼짱’들의 ‘쟁탈전’으로 그려낸다. 동양철학 연구자 정단비가 썼다.
‘주군’이라고도 불리는 ‘주나라’는 전국대 최고 얼짱이나, 우유부단한 ‘모태쏠로’다. 철학과 ‘공자인’은 “나 자신을 미루어서 남을 생각하는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하는 ‘범생이’다. 독서클럽을 만들어 추종세력을 몰고 다닌다. 국문학과 ‘이다미’는 있는 듯 없는 듯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빡빡한 공자인에게 질린 아이들과 함께 명상 모임을 한다. 셋의 이름과 인물 설정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주군은 통치자를, 공자인은 공자, 이다미는 노자(이담)를 상징한다.
“주군 오빠랑 사귀는 게 천하통일”인 가운데, “마음만 먹으면 타인을 배려하며 살 수 있는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들다는 거냐”는 공자인과 “어차피 고매한 사랑 따위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물러나서 밭이나 갈고 꽃이나 가꾸자”는 이다미가 대립 관계를 형성한다. 공자인을 추종하는 안연희(안연), 주유이(자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계강욱(계강자) 등도 나와, 연애 관계로 풀어낸 현대판 <논어>가 펼쳐진다. 봉사활동 동아리를 주도하는 토목공학과 이묵겸(묵자), 공자인이 주군에게 소개시켜주려 하는 맹호연(맹자), 손예지(순자) 등이 나올 2권도 예고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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