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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권력 없는 자유’에 바친 일생

등록 2021-10-08 05:00수정 2021-10-08 13:52

[한겨레Book]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모든 권력에 반대한 창조인 아나키스트

박홍규 지음 l 틈새의시간 l 1만6000원

“권력 있으면 자유 없다.” 1921년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1842~1921)의 장례식에서 사용된 검정색 만장에 쓰였던 만사다.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에서 지은이 박홍규 전 영남대 교수는 “‘지배자 없음’을 뜻하는 아나키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아나키즘”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는 아나키즘은 정치·자본·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일체의 제도화된 권력과 권위를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상이다.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은 아나키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로포트킨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하고 비평한 책이다. 그 자신도 ‘소박한 아나키즘’을 믿는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아나키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아나키즘을 소개하고 알리는 데 힘써왔다.

크로포트킨은 러시아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산과 지위를 버리고 평생을 아나키즘 운동에 헌신한다. 32살 때인 1874년 투옥돼 1876년 탈옥한 뒤 1917년 75살의 나이로 귀국할 때까지 40여년을 망명객으로 살았다. 주요 저서로는 자서전인 <어느 혁명가의 회상>, 흔히 ‘상호부조론’으로 번역되는 <상호협력>, <청년에게 호소함>, <빵의 쟁취> 등이 있다. 운동가·사상가이면서 지리학·생물학 등에서 업적을 남긴 과학자이기도 하다.

크로포트킨은 ‘적자생존’뿐 아니라 ‘상호협력’도 진화를 이루어가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상호협력은 인간의 본성이고, 자연 및 인간 진화의 주요 요소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사회적이고 협력적이며 도덕적이다.” 국가와 사적 소유의 철폐, 임금 체제 폐지,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분배 등을 주장하는 ‘아나키즘적 코뮤니즘’ 역시 크로포트킨의 핵심 사상이다. 그는 “생산 수단은 인류 공동의 것이고 부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물이므로 분배에 관한 한 경제적 코뮤니즘이 유일하고 공정한 해결책이라고 보았다.”

지은이는 크로포트킨을 “아나키스트 창조인으로서 우리의 모범”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크로포트킨은 국가의 힘이 급격히 감소하고 기술진보가 아나키즘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모두 빗나갔다는 것이다. 인간을 협력적이라고 보는 견해 역시 일종의 생물학적 결정론이며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요소와 문화적 요소 둘 다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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