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완 연세대 HK연구교수
‘근대화’ 열쇳말로 사상사 연구
4월혁명·군사쿠데타에 이르는
학술·지식체계 자체의 지형도
‘근대화’ 열쇳말로 사상사 연구
4월혁명·군사쿠데타에 이르는
학술·지식체계 자체의 지형도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
홍정완 지음 l 역사비평사 l 3만원 해방 이후 한국전쟁, 4월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등의 격변이 이어진 1950~60년대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 건설의 기본적인 방향이 형성됐던 시기다. 한국 근현대 사상사를 연구하는 홍정완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HK)연구교수는 최근 펴낸 저작 <한국 사회과학의 기원>에서 제목 그대로 바로 이 시기에서 지금 체제의 ‘기원’을 찾아보려 시도한다. “한국 사회가 처한 역사적, 세계적 ‘현실’과 실천적 ‘전망’에 관한 이념적, 지적 프레임을 제공한 대표적인 집단은 사회과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동안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념적, 지적 체제”를 주된 탐구 대상으로 꼽고, 이를 ‘사상사’의 관점에서 조명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사상사 연구에서는 특정 인물의 사상적 궤적을 쫓고 이를 이어붙이는 방식이 대다수였는데, 이런 경향을 탈피해 특정 시기의 학술·지식 체계 자체의 지형도를 그려보겠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근대화’라는 용어로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전반까지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 건설을 둘러싸고 나타났던 사상적 동향을 아우른다. 좁은 의미에서 근대화는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반 미국 케네디 정권의 등장과 함께 영향력을 확대한 ‘미국발 근대화론’을 가리키지만, 지은이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주변부 지역에서 민주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 다기한 방식으로 펼쳐진 ‘보편적 근대성’에 대한 추구 역시 넓게 근대화 담론으로 포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먼저 정치학 분야를 살펴보면, 정부 수립 이후 ‘사회민주주의적’ 경향이 주류를 이루다가 한국전쟁 뒤 국가 체제를 중심으로 “동질적이고 통합적인 정치질서”를 구축하는 데에 주된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신도성 등의 학자들이 일본 정치학자 야베 데이지의 ‘협동적 민주정’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데, “‘분단’ 국가로서 체제건설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동시에, ‘탈식민’ 국가로서 식민지배의 유산을 탈각하고 자주적인 국가·사회 체제건설의 문제에 직면”한 현실이 배경에 있었다. 1950년대 후반 정치학계는 미국발 ‘행태주의’ 정치학을 수용하며 또다시 크게 재편된다. 대표적 학자 윤천주의 경우에서 보듯, 행태주의 정치학의 수용은 ‘저개발국가’의 불균형·불안정성을 부각하고 대중의 정치적 열망이나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배격하는 방식으로 근대화와 민주화를 강하게 결부시켰다.
1955년 ‘반둥회의’로 알려진 아시아-아프리카 비동맹국가 회의에 참석한 ‘제3세계’ 나라의 수장들. 전후 한국 지식계에서는 ‘제3세계’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운동에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의 경제학자 월트 휘트먼 로스토. 5·16 군사쿠데타 세력은 그의 ‘근대화’론과 ‘제3세계’ 민족주의 흐름을 입맛대로 활용해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