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환 지음 l 부키 l 1만6800원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아버지 이방원이 함께 사냥을 가자고 조를 정도로 운동을 싫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서 비만해진 왕’ 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칼로 세워진 나라 조선에서 완벽주의자인 세종이 단순히 ‘하기 싫어서’ 무예를 멀리했을까? 합리적인 의구심으로부터 시작된 추리는 그가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유까지 밝혀낸다. 의사인 저자는 총 472년에 걸쳐 작성된 조선왕조실록을 뒤져 세종이 20대 때부터 시달렸던 통증과 병명을 진단해냈다. 세종을 괴롭혔던 건 당뇨가 아닌 ‘강직성 척추염’이라 주장하며 역사적·의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또 천상의 건축가 가우디가 해골 집을 지은 이유,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도박꾼이 된 사연, 실존 철학의 선구자 니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과정, 희망을 노래한 레게 대부 밥 말리가 암을 방치한 이유 등 역사 속 실제 인물 10명의 삶을 단서 삼아 그들이 앓던 질병을 찾아나간다. 방대한 자료와 폭넓은 지식 위에 인물들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각자의 사정들을 한편의 추리극처럼, 드라마처럼 풀어냈다. “명탐정 셜록 홈스는 질병을 막힘없이 진단해내는 의사를 모델로 했다. 홈스의 모델이 의사이니, 어쩌면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라고 할 수 있다. (…) 이들은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지금이나마 범인을 잡아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현직 의사가 풀어놓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지식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친근하고 친절한, ‘진실 혹은 거짓’ 같은 이야기들이 매력적이다.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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