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없는 민주주의젠더 관점으로 다시 읽는 정치학마에다 겐타로 지음, 송태욱 옮김 l 한뼘책방 l 1만6000원
1985년 1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아사히신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면, ‘여성 의원’이란 말이 들어가는 기사는 1072건이었다고 한다. 반면 ‘남성 의원’이 등장하는 기사는 147건이었다. 일본이 그처럼 여성 정치인에 관심이 많았던가? 설마. 일본은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 여성 비율이 10.2%에 불과하다.(한국 21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19%) 그럼에도 ‘여성 의원’이 들어간 기사가 7배 많은 이유는 굳이 별도 표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남성 의원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남성’ 정치학자 마에다 겐타로는 의문을 품는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인데 여성 정치인이 이처럼 적다면 대의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성참정권이 도입되기 전 20세기 초반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성의 발언과 의견이 배제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을까? 지은이는 남성이 주도해온 ‘표준적인’ 정치학 이론을 동원해 여성이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역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참정권)와 ‘이의제기’(선거)로 구성되는 제도이며, 계급·젠더·민족 등 사회의 인구 구성을 의회에 정확히 반영할 때 실질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민주주의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니 여성의 발언과 참여를 가로막는 제도와 사회규범이 강력한 곳에선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없다. “젠더는 경제·안보 등 전통적인 정치 쟁점에 더해 새롭게 신설된 부문이 아니라 정치 전체를 꿰뚫어 보는 총체적 관점”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