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 지음 l 북트리거 l 1만6800원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층적이다. 욕망과 애증의 대상으로 ‘분석’되곤 하지만, 공간 자체로는 도시의 가장 일반적인 주거 양식이다. 그러나 과학소설 작가이자 공학박사인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저자에게 아파트는 생물학적 연구대상이다. 사실 우리 집에는 ‘우리’만 살지 않는다. 사람에게 편안한 공간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그렇다는 말이다. 저자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생물들이 사람의 삶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가 궁금했고, “도시의 독특한 특징을 잘 드러내는 환경이 아파트”라는 점에 착안했다. 조경을 ‘책임’지는 소나무와 철쭉, 단지 주민이나 마찬가지인 고양이와 황조롱이, ‘한 집 식구’인 애집개미, 집먼지진드기에 이르기까지 이들 크고 작은 생물이 도시와 아파트, 사람에 적응해 사는 삶을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단순히 특정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넘어, 역사와 문학, 철학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생물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청설모가 솔씨를 묻어두고 ‘깜빡’하는 건망증 덕에 소나무가 영역을 확장하며 살아남는다며 뿌듯해하고, 독성 탓에 철쭉이 ‘개꽃’으로 불린 슬픈 사연을 소환한다. 애집개미를 보며 일개미들의 성실함에 감탄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0.3㎜) 집먼지진드기는 생존에 ‘최적 환경’인 베개 섬유 틈새에서 날마다 즐겁게 놀고 있다고 상상한다. 이들 생물의 복잡다단한 삶을 엿보다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방바닥과 이불, 복도, 화단 등지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