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논쟁
피터 싱어, 탐 레건 그리고 제3의 해법
임종식 지음 l 경진출판 l 2만1000원
<동물권 논쟁>은 생명윤리 분야를 천착해온 임종식 성균관대 초빙교수가 쓴 책으로, 동물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에 선 지은이가 동물권에 대한 기존 논의들을 소개하는 한편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제3의 대안 담론으로 독자를 이끈다. 여러 담론에 근거한 갖가지 입장들과 이를 가능케 하거나 반박하는 다양한 사고실험들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어, 동물권 담론의 전체 지형을 파악하기 위한 개론서로서도 유용하다.
동물권 논의에서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두 사람으로 피터 싱어(75)와 톰 리건(83)을 꼽을 수 있다. 공리주의 철학자 싱어는 1975년작 <동물해방>으로 동물권 논의에 불을 지펴 동물해방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쾌고감수능력’(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sentience)에 주목한 그는 “인간이 느끼는 정도의 고통을 동물이 느낀다면 그들의 고통을 인간의 고통과 평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이익평등고려원칙’을 내세웠다. 길가의 돌이 사람의 발에 차이지 않게 하는 것이 돌의 이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존재여야만 이익을 따질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은 평등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싱어의 동물해방론은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가 없는”(華而不實)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예컨대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동물실험이 가져다주는 효용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크다면 이를 허용해야 하고, 이를 허용한다면 동물이 아닌 인간을 실험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의 총량을 따질 뿐 권리에 무심한 공리주의의 근본적인 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목적론적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제기한 싱어의 동물해방론에 대해, 톰 리건은 1983년 <동물권 옹호>를 통해 의무론적 입장에 기댄 논의로 동물권 논쟁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리건은 공리주의적 해법에 맞서 “삶의 주체는 모두 동등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내재적 가치’(inherent value)를 앞세우고 이를 권리와 연결시켰다. 이에 따른다면 인간이건 동물이건 주관적으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내재적 가치를 지니며, 이에 따라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동물실험이나 공장식 축산 등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도 나아갈 수 있다.
지은이는 리건의 의무론적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내재적 가치’ 주장에 구멍이 많다고 평가한다. 어떤 가치가 내재적 가치인지, 삶의 주체로서의 경험은 어떤 것인지 등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지은이는 레너드 넬슨, 마이클 툴리 등의 논의에 착안해, 제3의 대안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존재만이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이익원리’를 제시한다. 인간과 다름없이 동물 역시 자신의 이익에 부합된 삶을 살아갈 지위를 가졌으며,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동물권 논의를 심화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주장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