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진보적 문인 단체 한국작가회의가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문인 744명과 다른 장르 예술인 및 일반 시민 329명 등 모두 1073명이 25일 예술원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예술원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문인 성명서’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성명에는 시인 이시영·나희덕·서효인·황인찬 등과 소설가 김남일·권여선·윤성희·최진영·최은영·장류진, 평론가 정홍수·오길영·심진경·신형철 등 문인들과 화가 박불똥, 영화감독 권칠인, 영화배우 김꽃비, 출판평론가 김성신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예술원 신입회원 선출 규정과 임기, 정액수당과 관련한 법 규정을 문제로 지목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기존 분과 회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신입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예술적 공헌보다도 기존 회원들과의 ‘친교’가 회원 선출의 더 중요한 잣대가 되어” 왔다며 “이를 전면 개정해서 기존 회원들만의 의결이 아닌, 별도로 구성된 외부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2019년 11월 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연임제에서 ‘평생’으로 바뀐 임기 규정은 “전근대적인 신분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며 “회원의 임기를 4년 단임제로 바꿀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현재 월 180만원씩인 정액수당 제도 역시 “회원 중 대다수가 정년퇴직한 교수로 이미 국가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된 연금 혜택자들”이라는 점에서 “이중 지원이며 분배정의에 어긋난 특혜”라 지적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여 예술의 독립성을 더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런 요구는 ‘세대’와 ‘공정’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며 “국가의 문화예술 예산 방향성은 언제나 새로운 것, 즉 신인 쪽으로 집중돼야 한다”며 예술원 개혁과 예술원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성명은 소설가 이기호가 주도해서 이루어졌다. 이기호는 지난달 예술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 필요성을 담은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발표하고 예술원 개혁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성명 발표는 예술원 개혁 움직임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관할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원 문제를 다룬 소설을 발표하고 국민청원에 나선 뒤 많은 동료 문인들과 독자들로부터 조언과 응원의 말씀을 들었다”며 “예술원 회원들 말씀도 들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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