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되돌아보았을 때
직업으로 알 수 없는 누군가였고
그래서 괜찮은 인생이었다면…
아이들에게 열어줘야 할 가능성
직업으로 알 수 없는 누군가였고
그래서 괜찮은 인생이었다면…
아이들에게 열어줘야 할 가능성
박성우 글, 홍그림 그림 l 창비 l 1만3000원 “미래 꿈이 뭐니?” 하고 물었을 때 당연히 직업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답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의아한 일이다. 사람에게 직업이 주는 의미가 작진 않다. 하지만 이미 직업을 가져본 어른이라면 ‘○○산업 과장’이라든가 ‘□□실업 팀장’이란 게 나란 사람과 얼마나 큰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을까? 어쩌면 ‘장래 희망’을 묻는 우리 질문이 잘못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열두 살 장래 희망>은 그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어린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을지 정하도록 돕는 안내서임에도 직업 이야기가 없다. ‘무엇이든 잘 고치는 사람’,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 ‘잘 우는 사람’, ‘주사를 잘 맞는 사람’ 등이 장래 희망이다. 모호한 구분으로 ‘좋은 사람이 돼’라는 비슷한 교훈을 늘어놓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각 희망에 대한 설명은 참신하고, 표현은 재미있다. 그런 사람으로 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만큼 자라나 자신의 짝을 찾을 즈음, 손주 볼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인생의 맛을 느끼게 될지 그려 보이고 있다. “솔직하다는 것은 안 해도 될 말까지 다 하는 게 아니야.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는 게 아니야. 냇물처럼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는 거야.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하늘처럼 높고 파랗게 살아가는 거야.”(‘솔직한 사람’ 장) 글쓴이 박성우가 인기 도서 <아홉 살 마음 사전>을 쓴 시인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홍그림의 그림도 깔끔하고 예쁘다. 어떤 이에겐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자신을 되돌아보았을 때 결국 나는 ‘귀 기울이는 사람’이나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사람’, ‘식물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과 같이 직업의 그물로 포착할 수 없는 다른 누군가였고, 그래서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제법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그런 꿈을 그릴 가능성을 미리 열어 보여주고 싶다면 이 책이 열쇠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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