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볼로냐 라가치상의 ‘픽션’ 부문 ‘특별 언급’에 선정된 그림책 <우로마>의 이수지 작가가 6일 자신의 개인전 ‘여름 협주곡’이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우리나라 그림책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만의 독특한 시각 문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즐기는 성인 독자들도 늘고 있고요.”
이제 우리나라 그림책이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6월에는 네 명의 한국 작가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어린이도서상인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이 중 ‘픽션’ 부문 ‘특별 언급’(스페셜 멘션)에 선정된 <우로마>의 이수지(47)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만났다. 이 작가는 라가치상 외에도 글로브 혼북 명예상,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거울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동물원> <강이> <여름이 온다>(신간) 등을 펴냈다.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글에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린 <우로마>는,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캔버스에서 계속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다 이를 극복한다는 다소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이 표현하려고 한 것은 무엇인가?
“아직 설익은 아이가 캔버스와 밀고 당기기를 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의 우회적인 표현일 수 있다. 또 아이들은 보통 계단식 성장을 하는데, 힘들고 어려운 단계를 지나 훌쩍 크는 모습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차오원쉬엔·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우로마>의 장면. 책읽는곰 제공
―신작 <여름이 온다>는 그림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두꺼운 148쪽이다. 비발디 ‘사계’의 ‘여름’을 따라 전체를 3악장으로 나눈 것도 특이하다.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 ‘사계’와 아이들의 물놀이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책이다. 각 악장의 특징과 연주 속도를 반영해서 그렸다. 평소 텍스트가 없이 음악만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음악과 놀이가 결합됐다.
―우리나라 그림책들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그림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등 그림책 역사가 깊은 나라들은 오히려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따라잡는 속도도 빠르고, 그 과정에서 베리에이션(변형)도 나오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시각 문화가 생긴 것 같다.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했던 작가들이 멋진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믿고 보는 작가가 생기고 개별 작가의 팬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장면들. 비룡소 제공
―성인 독자들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그림책을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위해서 그림책을 사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책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 과거에는 당연히 아이 이름을 적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누구 이름을 쓸지 꼭 물어본다. 독서모임 등을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작가에게 자신의 해석을 전달하는 적극적인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떤 작품 세계를 추구하나?
“나는 <여름이 온다>처럼 한 예술 장르를 다른 예술 장르와 만나게 하고 넓혀가는 데 관심이 많다. 나는 예술이 독자가 어렸을 때부터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매체로서 아주 좋은 것이 그림책인 것 같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고, 그다지 비싸지 않은, 정말 좋은 하나의 물건으로서의 책이 아이들 곁에 널브러져 있으면 좋겠다. 아이가 예술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면, 점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책이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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