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100년 김수영】 ⑫ Encounter
남대문 상인 등을 통해 구한
외국 잡지 번역해 생계 꾸려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
좌파 지식인들의 잡지이자
반공 문화 사업의 산물
편견없이 서구 지식과 호흡
곱씹으며 새 주체성 만들어
어려운 형편에도
죽을 때까지 두 잡지 구독
봉투 위에 시의 초고 쓰기도
남대문 상인 등을 통해 구한
외국 잡지 번역해 생계 꾸려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
좌파 지식인들의 잡지이자
반공 문화 사업의 산물
편견없이 서구 지식과 호흡
곱씹으며 새 주체성 만들어
어려운 형편에도
죽을 때까지 두 잡지 구독
봉투 위에 시의 초고 쓰기도
![김수영이 집에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에 쓴 동시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초고.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김현경 제공 김수영이 집에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에 쓴 동시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초고.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김현경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69/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56.jpg)
김수영이 집에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에 쓴 동시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초고.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김현경 제공
![<한국문학> 1966년 가을호에 발표된 시 ‘엔카운터지’ 앞부분. 맹문재 제공 <한국문학> 1966년 가을호에 발표된 시 ‘엔카운터지’ 앞부분. 맹문재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48/1264/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5.jpg)
<한국문학> 1966년 가을호에 발표된 시 ‘엔카운터지’ 앞부분. 맹문재 제공
![김수영이 한국시협상 부상으로 받아 봤던 잡지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의 구독 연장을 위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김수영문학관 제공 김수영이 한국시협상 부상으로 받아 봤던 잡지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의 구독 연장을 위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김수영문학관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600/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6.jpg)
김수영이 한국시협상 부상으로 받아 봤던 잡지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의 구독 연장을 위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김수영문학관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적 1’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적 1’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566/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59.jpg)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엔카운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적 1’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더 런던 매거진> 봉투. 뒷면에는 시 ‘절망’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더 런던 매거진> 봉투. 뒷면에는 시 ‘절망’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700/495/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2.jpg)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더 런던 매거진> 봉투. 뒷면에는 시 ‘절망’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현대문학> 1961년 1월호에 발표된 시 ‘가다오 나가다오’ 앞부분. 맹문재 제공 <현대문학> 1961년 1월호에 발표된 시 ‘가다오 나가다오’ 앞부분. 맹문재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1133/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1.jpg)
<현대문학> 1961년 1월호에 발표된 시 ‘가다오 나가다오’ 앞부분. 맹문재 제공
![정종현 교수. 정종현 교수.](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4/448/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58.jpg)
정종현 교수.
![김수영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둘째 장. 김수영문학관 제공 김수영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둘째 장. 김수영문학관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600/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4.jpg)
김수영이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에 보낸 편지 둘째 장. 김수영문학관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파르티잔 리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피아노’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파르티잔 리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피아노’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566/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3.jpg)
서울 마포구 구수동 김수영 집으로 배달된 잡지 <파르티잔 리뷰> 봉투 겉면. 뒷면에는 시 ‘피아노’ 초고가 적혀 있다. 김현경 제공
![김수영이 구독해 보았던 잡지 <엔카운터>가 서울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2층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수영이 구독해 보았던 잡지 <엔카운터>가 서울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2층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426/imgdb/original/2021/0808/20210808501960.jpg)
김수영이 구독해 보았던 잡지 <엔카운터>가 서울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2층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가다오 나가다오
이유는 없다―
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나가다오
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
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
적막이 오듯이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석양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 같기도 한 것이니 이유는 없다―
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가다오
미국인과 소련인은 ‘나가다오’와 ‘가다오’의 차이가 있을 뿐
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
‘미국인’과 ‘소련인’도 똑같은 놈들
가다오 가다오
‘4월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잿님이 할아버지가 상추씨, 아욱씨, 근대씨를 뿌린 다음에
호박씨, 배추씨, 무씨를 또 뿌리고
호박씨, 배추씨를 뿌린 다음에
시금치씨, 파씨를 또 뿌리는
석양에 비쳐 눈부신
일 년 열두 달 쉬는 법이 없는
걸찍한 강변밭 같기도 할 것이니 지금 참외와 수박을
지나치게 풍년이 들어
오이 호박의 손자며느리 값도 안 되게
헐값으로 넘겨 버려 울화가 치받쳐서
고요해진 명수 할버이의
잿물거리는 눈이
비둘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동안에
나쁜 말은 안 하니
가다오 가다오 지금 명수 할버이가 멍석 위에 넘어져 자고 있는 동안에
가다오 가다오
명수 할버이
잿님이 할아버지
경복이 할아버지
두붓집 할아버지는
너희들이 피지 섬을 침략했을 당시에는
그의 아버지들은 아직 젖도 떨어지기 전이었다니까
명수 할버이가 불쌍하지 않으냐
잿님이 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두붓집 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가다오 가다오 선잠이 들어서
그가 모르는 동안에
조용히 가다오 나가다오
서 푼어치 값도 안 되는 미·소인은
초콜릿, 커피, 페티코트, 군복, 수류탄
따발총… 을 가지고
적막이 오듯이
적막이 오듯이
소리 없이 가다오 나가다오
다녀오는 사람처럼 아주 가다오!
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나가다오
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
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
적막이 오듯이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 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석양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 같기도 한 것이니 이유는 없다―
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
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가다오
미국인과 소련인은 ‘나가다오’와 ‘가다오’의 차이가 있을 뿐
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
‘미국인’과 ‘소련인’도 똑같은 놈들
가다오 가다오
‘4월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잿님이 할아버지가 상추씨, 아욱씨, 근대씨를 뿌린 다음에
호박씨, 배추씨, 무씨를 또 뿌리고
호박씨, 배추씨를 뿌린 다음에
시금치씨, 파씨를 또 뿌리는
석양에 비쳐 눈부신
일 년 열두 달 쉬는 법이 없는
걸찍한 강변밭 같기도 할 것이니 지금 참외와 수박을
지나치게 풍년이 들어
오이 호박의 손자며느리 값도 안 되게
헐값으로 넘겨 버려 울화가 치받쳐서
고요해진 명수 할버이의
잿물거리는 눈이
비둘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동안에
나쁜 말은 안 하니
가다오 가다오 지금 명수 할버이가 멍석 위에 넘어져 자고 있는 동안에
가다오 가다오
명수 할버이
잿님이 할아버지
경복이 할아버지
두붓집 할아버지는
너희들이 피지 섬을 침략했을 당시에는
그의 아버지들은 아직 젖도 떨어지기 전이었다니까
명수 할버이가 불쌍하지 않으냐
잿님이 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두붓집 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가다오 가다오 선잠이 들어서
그가 모르는 동안에
조용히 가다오 나가다오
서 푼어치 값도 안 되는 미·소인은
초콜릿, 커피, 페티코트, 군복, 수류탄
따발총… 을 가지고
적막이 오듯이
적막이 오듯이
소리 없이 가다오 나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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