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머리털 나고 처음 읽은 어른 책(?)을 떠올렸습니다. 명작동화나 셜록 홈스 시리즈, 과학만화백과 따위를 제외하고 말이죠.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카우보이·세일즈맨·바텐더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목사가 된 로버트 풀검(85)이 지은 이 책은 전세계에서 1700만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한국인도 200만명이 읽었다고 하니, 1980년대 후반 한국 서울 변두리에 살던 까까머리 중학생 손에까지 들어왔겠죠.
나눠 가져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쓴 물건은 제자리에 둬라, 내 것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나눠 갖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내 것이 아닌데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때리고 싶은 충동도 생기죠. 공정? 그게 뭔지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는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정말 중요한 일임을,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풀검의 가르침 중 으뜸은 ‘생각하라’가 아닐까요. 도나 해러웨이는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생각’을 여러차례 강조하며 한나 아렌트의 아돌프 아이히만 분석을 언급합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불가해한 괴물이 아니라 훨씬 더 무서운 것을 목격”했는데, 그것은 “평범한 사유의 결여”였습니다. “무엇이 결여되었는지, 그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순수한 비자기성(非自己性) 속의 세계란 무엇인지, 그리고 비자기에 고유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무감각한 한 인간.” 사유하지 않는 존재는 우리를 위태로운 상태로 내몰게 됩니다.
“생각하세요.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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