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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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와 격리가 지구생활자들에게 주는 교훈
브뤼노 라투르 지음, 김예령 옮김 l 이음 l 2만원 <나는 어디에 있는가?>는 과학사회학에서 생태정치학까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브뤼노 라투르(74·사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쓴 책이다. 프랑스에서 올해 1월 출간됐는데, 발 빠르게 번역되어 나왔다. 라투르는 이 책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고통스러운 ‘격리’의 경험을 자신이 말해온 ‘신기후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교훈 또는 훈련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철학적 콩트’를 구사한다. “바이러스가 강요한 봉쇄는 완곡하게 ‘생태학적 위기’라 불리는 바가 강요하는 격리의 일반화에 차츰 친숙해지기 위한 예행 연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지은이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겪은 벌레-되기, 곧 ‘변신’을 주된 비유로 끌어온다. 변신 뒤의 그레고르가 그랬듯, 우리는 팬데믹과 그것이 강제한 격리를 계기로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됐다. 격리된 곳은 어딘가의 내부인데, 지은이는 이를 ‘지구’(Terre)라는 고유명사로 명명한다. ‘지구’는 “결코 하나의 전체 속에 규합된 적은 없으되 하나의 공통된 기원에서 나와 사방으로 확장되고, 퍼지고, 섞이고, 중첩되는 과정을 거치며 전면적으로 변형되었고, 계속되는 자신들의 발명에 힘입어 끊임없이 제 최초의 조건들을 수선해 냈기에 마침내 가족 같은 유사성을 지니게 된 전 존재자들을 집결”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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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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