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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디지털 권력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등록 2021-07-23 09:00수정 2021-07-23 14:15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기업들
사람들 끊임없이 클릭하도록 유도
24시간 모은 데이터, 광고에 활용돼
정치의식 왜곡·조작에 이용되기도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마르타 페이라노 지음, 최사라 옮김/시대의창·1만9800원

“우리 세대의 최고의 두뇌들은 고작 사람들로 하여금 물건을 사도록 하려고 디스토피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디스토피아 건설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알고리즘, 검색엔진, 플랫폼,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사람들을 어떻게 중독시키고, 감시하고, 정치의식을 조작하는지 등에 관해 분석하고 비판한 책이다. 지은이는 인터넷 개인 정보 보호, 보안 문제 등에 관해 사회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지은이는 현대인이 스마트폰, 에스엔에스 등에 얼마나 ‘중독’돼 있는지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하루 평균 3시간30분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용자의 50%는 5시간을, 25%는 7시간을 소비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89%는 애플리케이션에 쓰고, 나머지 11%는 웹페이지를 본다. 하루에 2시간15분은 에스엔에스에 사용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관심 경제’ 대표 주자들의 목표는 똑같다. “지난 10년 동안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당신이 화면에 붙어 있도록 만든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미리 계획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들의 작동 방식은 아주 사소한 측면까지 행동전문가가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한 결과다. 사용자들은 계속해서 뉴스를 읽고, 링크를 클릭하고, 즐겨찾기를 추가하고,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기사를 리트윗한다. 슬롯머신을 하는 사람들이 돈이 떨어지거나 잠들어서야 기계를 떠나는 것처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한계는 배터리와 체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조 배터리를 사고 잠을 자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에이치비오(HBO·미국의 케이블 채널)가 아니라 고객의 수면욕이다. “관심 자본주의는 인게이지먼트(사용자의 참여) 외에는 정치, 가치, 아이들, 그 밖의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기술 기업들에게 제공한 시간과 관심, 참여는 고스란히 ‘감시’로 이어진다.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구글 서비스의) 사용자가 검색, 쓰기, 전송, 계산, 수신, 클릭, 공유, 읽기, 삭제, 첨부하는 모든 것이 구글 알고리즘에 의해 요약되어 서버에 저장된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에는 2개의 카메라, 마이크, 평균 14개의 센서, 지피에스(GPS)를 비롯한 4개의 위치 정보 추적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지피에스를 사용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매 순간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 “개인에게 가장 귀중한 정보는 지리적 위치다. 그가 인생의 매 순간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는 그가 사는 곳, 일하는 곳, 잠자는 시간, 달리는 시간,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 여행하는 곳,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노천 카페는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걸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에 말해준다.”

위치 정보 추적 시스템 외에도 다양한 센서, 마이크, 카메라가 끊임없이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에 내장돼 있는 인공지능 ‘비서’들, 구글어시스턴트, 시리(애플), 알렉사(아마존)는 사용자가 대화하는 내용을 계속 듣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는 다른 기업들에게 팔아넘겨진다. 구글플레이 애플리케이션의 90%는 수집한 데이터를 구글과 공유한다. 애플리케이션의 절반은 데이터를 10개 정도의 제3자와 공유한다. 거의 모든 회사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브로커에게 데이터를 판매한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곳은 광고다. 광고주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보다 자신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광고가 보여지길 원한다. 사용자에 관한 데이터는 그가 어떤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려준다. 구글의 투자자 페이지에는 “지역 고객을 찾고 있는 소기업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기업에 이르기까지 100만 명 이상의 광고주가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적혀 있다. 페이스북 역시 사용자가 올리는 글, 동영상, 사진, 친구들의 댓글 등을 혼합해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광고에 활용한다. 결국 팔리는 것은 사용자들이다.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디지털 자본주의의 기술은 단순히 클릭을 유도해 물건을 더 파는 데만 활용되지 않는다. 가짜뉴스 유포, 알고리즘 추천, 개인별 캠페인, 가짜 계정 등을 통해 정치 의식이나 사회적 사안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경쟁 진영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데 에스엔에스, 유튜브 등은 효율성 높은 도구들이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사들여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스캔들 뒤 정당들은 오히려 더 온라인 정치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디지털 플랫폼이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다른 ‘장점’은 자신들의 청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각각의 통로를 통해 다른 내용을 말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각 그룹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이 하나의 인프라로 통합되는 등 기술 기업들이 점점 거대해지는 현상을 지적하며 “수십억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조작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그들은) 우리를 관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들은 권력에 맞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도구는 결코 권력을 해체하는 데 복무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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