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 여자’ 작가의 사회과학 책
한국 사회의 빛과 그늘 두루 살펴
불평등, 미디어, 검찰권력, 학력경쟁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는 긍정적
한국 사회의 빛과 그늘 두루 살펴
불평등, 미디어, 검찰권력, 학력경쟁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는 긍정적
조선희 지음/한빛비즈·2만2000원 <세 여자>를 쓴 소설가 조선희(사진)가 사회과학 책을 썼다는 것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작가 이외에도 기자, 예술·문화행정가를 거친 이력을 떠올려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론인으로서 ‘현장’을 뛰었고, 고위 공직자로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원리를 습득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해방 공간·한국전쟁 등 최근 100여년 간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는 것은, 어쩌면 ‘현재’를 가장 예리하게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역량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심화되는 불평등, 미디어의 과잉, 민주주의의 위기, 좌-우 이념갈등, 한일관계, 한국인(또는 사회) 심성의 문제 등 복잡다양한 주제를 55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담아냈다. 뭔가 절박한 동기가 있지 않고선 이처럼 거대한 작업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는 명시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으나, 행간을 읽어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촛불’ 이후 ‘심리적 내전’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국론분열, 사(社)론 분열, 가(家)론 분열”을 일으킨 일련의 사건, 즉 ‘조국 사태’ 전후의 상황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분노할까, 한국 사회가 두쪽이 난 이유는 뭘까,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부터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마침 그는 조국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독일에서 머물고 있었기에 한국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이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고군분투한 결과물이 바로 <상식의 재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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