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 지음/아몬드·1만7000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2018년 강서구 피시(PC)방 살인사건 피의자,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사건 피의자. 세 사람의 공통점은 국립법무병원을 거쳐갔다는 것이다. 치료감호소라는 명칭으로 더 알려진 국립법무병원은 정신질환 ‘끝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수용·감호·치료하고, 수사기관이 의뢰한 정신감정을 수행하는 곳이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의 지은이 차승민은 국립법무병원에서 4년을 일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야근이 적고 주말 당직이 없다는 확실한 이점에 끌려 ‘범죄자를 치료해야 하는’ 딜레마를 끌어안고 일하게 된다. 병상은 1000개, ‘풀타임’ 전문의는 원장 포함 5명. 매일 모니터에는 ‘담당 환자 수 163명’이라는 글자가 뜬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과 병원의 의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60명으로 본다.) 숨이 턱 막히는 근무환경에도 지은이는 쉽게 이곳을 뜨지 못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내가 밥벌이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명감이나 선의라는 거창한 단어 대신, 밥벌이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감각에 대해 말하는 지은이의 태도가 미덥다. 풀어놓는 일화마다 흥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던진다. 지은이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맡았다. 말에서 또렷한 일관성을 보이는 그에게 지은이는 ‘심신건재’ 판정을 내리지만, 가정 폭력으로 점철됐던 그의 삶에도 잠시 멈춘다. “둘째 가져야 한다”며 성충동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범죄자를 힐난하면서도, 동시에 자진해서 치료를 연장하겠다고 찾아온 환자 더블유(W)의 밝아진 표정도 비춘다. 국립법무병원 내부 이야기를 다룬 첫 대중서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