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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글·그림/이데아·2만5000원 ‘게임’ 두 글자에 집어들기 쉬운데, 정작 펼쳐보면 아는 게임이 별로 없었다. 이런 문외한들을 위해 가위바위보, 물수제비, 동전 던지기 등 아날로그 게임까지 다뤘겠지만, 사실 <사이언티픽 게이머즈>는 게임 서적이 아니다. ‘게임으로 읽는 과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과학책이다. 게임이라는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해 게임 ‘안팎’을 이루는 과학 지식을 설명한다. 아는 게임이 없어도 별 상관 없다. 사실 이 책에 담긴 ‘과학’을 좁은 틀에 가둘 필요도 없다. 게이머들이 흔히 겪는 멀미 현상을 풀어내는 데 의학이 동원되고 스파이더맨 게임을 통해 거미줄의 과학을 설명하는데, 온라인 게임을 활용한 성불평등 연구라는 사회학적 고찰까지 담아낸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작가의 통찰이었다.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의 개발자 닐 드럭만이 색다른 좀비 아이디어를 동충하초에서 떠올렸다고 하는데 “동물도 아닌, 균류가 숙주를 죽이고 몸을 뚫고 나온 장면을 보면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게임 속 독특한 좀비를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리는 과학은 상상력을 뛰어넘는 현실로 가득 차 있다”고 작가는 가볍지 않은 깨달음을 나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10대들을 망치고 있다는 연구와 여기서 비롯한 통념을 격파하는 대목도 감동을 준다. 10대뿐 아니라 부모들의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양육에 쏟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글을 인용하며 정리한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망쳤다고 비난하지만 그건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스마트폰과 함께 섬에 방치한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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