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호랑이와 ‘꼬리 꽃’ 전설이 된 우정

등록 2021-07-16 04:59수정 2021-07-16 10:36

친구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웅진주니어·1만4000원

그림책 <친구의 전설> 주인공 호랑이는 말썽꾸러기 외톨이다. 옛날이야기 속 호랑이들처럼 발톱을 드러내고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외쳐도 동물들 반응은 싸늘하다. “그냥 가자옹.” “또 저러네.”

동물 친구들이 무서워하기는커녕 귀찮다는 듯 피해버리니 호랑이는 외롭고 심심하다. 이런 호랑이에게 운명 같은 상대가 찾아온다. 간지럽던 꼬리에서 피어난 민들레꽃이다. ‘떼어내 지지 않는’ 운명 같은 만남으로 호랑이와 꼬리 꽃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호랑이와 달리 꼬리 꽃은 친화력이 ‘갑’이다. 호랑이가 “맛있는 거 주면”이라고 으르렁대면, 꼬리 꽃은 해맑은 표정으로 “고맙겠다”며 말을 잇는다. 꼬리 꽃은 동물들과 서슴없이 어울리고, 동네 궂은일도 호랑이를 시켜 함께 해결한다. 고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호랑이의 면모가 꼬리 꽃 덕분에 드러나고 호랑이는 더는 외롭지 않다.

평화롭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노랗던 꼬리 꽃의 머리와 호랑이의 털이 하얘졌다. 세월만큼 둘 사이의 우정도 깊어졌다. 위기의 순간에도 둘은 함께 있어 무섭지 않은데 꼬리 꽃이 묻는다. “우리 이제 친구지?”

어쩌다 한몸이 된 호랑이와 꼬리 꽃. 그 둘의 관계는 김춘수의 시 ‘꽃’을 생각나게 한다. 꼬리 꽃이 ‘누렁이’라고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호랑이는 비로소 온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누렁이에서 호랑이로 불리게 된 시간 동안 둘이 쌓은 우정은 그야말로 전설이다.

<친구의 전설>을 그리고 쓴 이지은 작가는 익살스러운 그림과 찰떡같은 대사로 웃기면서도 뭉클한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이파라파냐무냐무>로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을 받은 작가다. 전 연령.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김수미 추모하며…‘일용엄니’ 다시 본다 3.

김수미 추모하며…‘일용엄니’ 다시 본다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4.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5.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