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디지털기술과 선택 설계로 만든 ‘멋진 신세계’
가지타니 가이·다카구치 고타 지음, 박성민 옮김/눌와·1만3800원
디지털 기술을 광범위하게 도입해 ‘감시국가’가 된 중국의 면모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더욱 두드러졌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논쟁까지 일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전문가인 일본 경제학자와 언론인이 코로나 이전에 함께 쓴 책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이런 관점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사회는 “현대 사회의 감시기술 도입이 공리주의, 즉 ‘결과로서의 행복’에 중점을 두는 사상과 강하게 연결”된 것으로, 비유하자면 권위주의 체제를 배경에 놓는 조지 오웰의 <1984>보다는, 자본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 가치관을 배경에 놓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더 가까운 디스토피아라는 것이다.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2주년을 맞은 지난달 4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감시 카메라와 사복 차림 보안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주변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지은이는 서양 중심의 편향성을 최대한 배제한 채, 실제로 중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감시사회가 구축되고 있는지 살폈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2000만 대 이상의 인공지능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감시를 강화했는데, 유괴 사건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등의 이점 때문에 대다수 중국인들은 이를 용인한다. 그런데 미국 등 서양에서도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관리·감시사회가 도래하는 위협에 주목해왔다. 더 바람직한 선택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의 ‘자유주의적 온정주의’ 역시 관리·감시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지은이는 근본적으로 결과로서 좋은 것을 기대하는 공리주의적 태도가 그 핵심 배경에 있다고 짚는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관리와 감시를 이끄는 체계가 인간의 존엄을 박탈하는지 감시하거나 점검하는 구실을 할 ‘시민사회’의 존재와 기능, 그리고 그 근간이 될 ‘공공성’ 개념에 대한 물음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노동교화소와 다름없는 재교육 캠프를 세우고 주민들의 유전자(DNA)를 채취하는 등 중국공산당의 혹독한 ‘치안 강화’ 정책은, 통치 기술로서 ‘도구적 합리성’만이 남아 폭주하는 사례다. 지은이는 이런 일이 “공리주의가 주요한 자본주의 사회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행복한 감시국가’의 선진국인 중국의 사례를 통해, 감시사회화에 대항할 경험과 자원들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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