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주 지음/어크로스·1만6000원 “오랜 기간에 걸쳐 번창하려면, 모든 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기업은 주주, 직원, 고객,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인 블랙록의 대표 래리 핑크가 2018년 1월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낸 서한이다.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은 2019년 8월 성명서를 발표해 “단지 주주들을 위한 눈앞의 이윤 창출만 추구하지 않고 직원과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풍경은 기업 경영의 철학이 이전의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돈이 먼저 움직인다>의 지은이 제현주는 말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자)와 임팩트 투자다. 이에스지 투자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할 때 환경적·사회적 영향과 지배구조의 수준을 주요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사업을 통해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 자신 임팩트 투자사의 대표이기도 한 지은이는 책에서 이에스지와 임팩트 투자의 규모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분석하고, 실제 임팩트 투자와 임팩트 비지니스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월 <블룸버그>는 이에스지 투자 자산이 2025년에는 53조달러를 넘어 전체 자본시장 140조5000억달러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팩트 투자기관들의 운용자산은 2016년 1140억달러에서 2019년 7150억달러로 3년 사이 여섯 배 넘게 성장했다. 임팩트 투자의 대상인 임팩트 비지니스의 예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 포용적인 금융, 젠더 편견에서 탈피한 패션, 일하는 사람의 복지를 돌보며 만들어지는 서비스 등이 제시된다. 지은이는 “한둘의 목소리가 사회적 요구가 되고, 사회적 요구가 시장의 흐름이 되면 그때부터 목소리는 놓치면 안 되는 기회이자, 넘기면 도태될 위협이 된다”며 임팩트 투자는 이런 시장의 흐름을 한 발 앞서 포착하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이제 투자도 사회적 가치를 읽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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