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진 글, 김다정 그림/다섯수레·1만3000원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신물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다. 도깨비 방망이 전래 동화라든지, 램프의 요정 이야기 같이 말이다. <500살 소원 거울> 역시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기한 거울 이야기다. 하지만 전혀 따분하지 않다. 지금 아이들이 쓰는 말과 할 법한 고민이 요술 거울 설정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신나게 읽힌다. 선우는 꼬맹이란 별명이 너무 싫다. 특히 마음에 두고 있는 같은 반 서율이 앞에서 친구들이 놀리는 것은 끔찍하다. 할머니가 어디선가 받아 오신 낡은 거울 앞에서 “키가 크면 좋겠다…”를 중얼거린 순간 거울 속 내가 부쩍 크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거울에 댄 손이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그렇게 온몸을 넣었다 빼었더니 현실의 선우 키는 커지고 작은 선우는 거울 안에 남았다. 하지만 마법은 한계가 있었다. 잠을 자고 나면 원래 키로 돌아온다. 키를 유지하려면 남 몰래 거울에 다시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큰 키로 자신 있게 등교한 선우. 친구들 놀림은 잦아지고 자신은 당당한 것 같다. 음악 시간 준비물 단소를 가져오지 않은 서율이에게 할머니가 주신 단소도 건넸다. 하지만 아뿔싸, 오후에 깜빡 졸았을 뿐인데 키가 원래로 돌아온 것 아닌가. ‘그래, 친구들이 모두 집에 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자.’ 모든 친구가 하교할 때까지 공부하는 척하던 선우가 교실 문을 나섰을 때 서율이가 다가오는데….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은 주원이, 착한 아이는 그만하고 싶은 하린이, 싫은 일을 대신해 주는 내가 또 있으면 좋겠다는 도현이 등 한 번쯤 꿈꿔봤을 소원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다채롭게 담겼다. 동시에 쉽게 소원을 이룸으로써 빚게 되는 갈등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거울이 주는 쉬운 해답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게 한다. 초등 3~4학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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