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어 XO3091’ 낡은 두 날개를 빌려 하늘을 가르고, ‘트라이시클’ 바퀴로 혼돈의 도로를 지배하다, ‘방카선’ 칠흑 같은 어둠의 바다로 나를 데려가 다시 뱉어내면 인내심의 끝자락에 도착하는 나의 유토피아 보라카이. ‘라 이슬라 보니타 리조트 411호’ 신용카드로 구입한 삼일밤의 꿈. 휴식의 밤을 잊은 듯한 불야성의 해변. 폭죽 소리, 비명, 웃음, 왁자지껄. 너의 일상과 나의 여행의 거래 혹은 합의된 가상극. ‘모히토’ 달빛이 저 멀리 수평선에서 반짝인다. 파도 소리와 함께 모두의 욕망에서 우러나온 듯 칭다오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녹조류가 해변을 점령했다.
강제욱/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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