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압둘리예켄 툰데 아데비시씨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대구시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의 우호적인 해결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학교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잘해줘서 좋은 사람,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감정이 많이 힘든 게 사실이에요.”
2019년 나이지리아에서 경북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박사 과정을 공부하러 한국에 온 압둘리예켄 툰데 아데비시씨는 16일 오전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무슬림인 아데비시씨는 넉달째 사원에 가지 못한다. 그와 무슬림 유학생들은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근처에 모여 함께 기도하던 주택이 낡아 사원을 새로 지으려고 돈을 모았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그러나 두달여 만에 중단됐다.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요즘 그와 무슬림 친구들은 각자 흩어져 기도를 한다.
평소 잘 지내던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자 아데비시씨는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할 줄 몰랐다. 사원을 못 짓게 할 때 여기서 살지 말라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구는 지난 2월 공사 중단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기한을 ‘주민들과 합의하여 민원 해결 시까지’로 ‘모호하게’ 정했다. 아데비시씨와 친구들은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집집마다 편지를 보냈다. 그는 “자녀와 함께 온 유학생도 많다. 아이들은 한국말을 배운다”며 “아이들이 펼침막에 적힌 ‘테러의 온상’ 등 공격적인 말을 읽고 많이 실망하고 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갈등은 진행형이다. 이날 오전 북구 대현동 주민 50여명은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를 취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무슬림 단체인 ‘다룰이만 경북 앤드 이슬라믹 센터’는 공사 중단 행정명령을 내린 배광식 북구청장 등이 평등권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여기에는 경북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등이 함께했다. 한편, 이날 오후 북구청에서 열린 건축주와 반대 주민 간 비공개 면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건축주 쪽은 인근 상가 건물 등으로 위치를 옮기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고, 주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데비시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이슬람은 평화를 의미합니다. 저희는 주민과 우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사원이 지어지길 바랍니다. 저희가 겪는 차별이 세계적인 뉴스로 퍼져 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16일 오전 무슬림 단체인 ‘다룰이만 경북 앤드 이슬라믹 센터’는 이슬람 사원 공사를 무기한 중지한 배광식 북구청장 등이 평등권,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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